▲ 11일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풀려난 반중 및 민주화 대표 인사인 전 홍콩교구장 존 조셉 첸 추기경. CNS
중국을 공개 비판해온 전 홍콩교구장 존 조셉 첸(90) 추기경이 구금됐다 풀려나는 일이 발생했다.
홍콩 정부는 11일 첸 추기경을 체포해 구금한 뒤 당일 저녁 석방했다. 올해 90세의 전임 교구장 추기경이 정부 당국에 체포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홍콩 정부가 첸 추기경에게 씌운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 외국 세력과 결탁했다는 혐의인데, 2019년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책임과 결탁 여부를 물은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자체 조사 끝에 몇 시간 뒤인 늦은 밤 추기경을 풀어줬다. 추기경과 함께 같은 혐의로 붙잡혔던 변호사 마거릿 응과 가수 데니스 호도 조사 후 풀려났다.
이번 ‘추기경 구금 사건’은 홍콩을 이끌 새 정부 수장에 경찰 출신인 리자차오 전 정무사장이 행정장관에 임명된 뒤 사흘 만에 발생했다. 홍콩 내에 반중 정서가 치솟던 2019년 보안국장으로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공로를 인정받아 8일 행정장관에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내 친중 인사들에 의한 사실상 기울어진 투표를 통해 이뤄진 결과로 본다.
첫 경찰 출신 행정장관 임명으로 홍콩은 사실상 ‘친중 경찰국가’로 발돋움한 상태. 이에 그동안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해온 고위 성직자를 체포했다 석방하면서 반중 활동가들에겐 이른바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속셈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정부 또한 첸 추기경이 과거 서방 국가와 단체들을 통해 홍콩 제재를 요청한 데 대해 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612 인도주의 구제기금’과의 결탁을 혐의로 씌웠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70년 전 중국에서 홍콩으로 망명한 첸 추기경은 중국 애국교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특히 교황청과 중국 정부와의 2018년 주교 임명안 합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왔다.
중국과 연결된 홍콩 당국이 종교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쳐온 대표 인물인 첸 추기경을 통해 다시금 시민사회를 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의지로도 비친다. 교황청을 비롯해 서방 국가와 인권단체들은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첸 추기경 체포 소식을 듣고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5.22 발행[16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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