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 바티칸이 운영하는 로마 아기 예수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우크라이나난민을 병문안하고 있다. 교황은 전날(19일) 교황청의 얼굴을 바꿔놓을 정도로 폭이 큰 개혁 조치를 담은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반포했다. 【로마=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의 얼굴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구조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교황은 19일 반포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통해 즉위 이후 9년 가까이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 최종 구조 개혁안을 발표했다.
구조 개혁의 핵심은 중앙집중화와 관료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교황청 부서들을 교회의 본질인 선교 사명 수행 체제로 재편한 것이다. 평신도 위상도 강화해 세례를 받은 평신도가 부서의 최고 책임자에 오르는 길을 열었다. 또 상위 기구 성격이 강했던 성(Congregation, 省)과 하위 개념의 평의회(Council)를 모두 부서(Dicasteries)로 통일했다. 새로 재편된 16개 부서는 법적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
교황청은 그동안 국무원을 필두로 신앙교리성ㆍ시성성ㆍ인류복음화성 등 9개 성 조직과 그보다 격이 낮은 평의회들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새 교황령은 16개 부서 가운데 ‘복음화 부서’를 맨 앞에 배치한 데서도 ‘밖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는 교회’를 지향하는 교황의 의지가 드러난다. 복음화 부서는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통합한 것이다.
재난 지역과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교황의 이름으로 자선활동을 펼치는 교황 자선소도 ‘자선봉사 부서’로 격상됐다. 바티칸 관계자는 “자선봉사 부서는 앞으로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황청의 핵심 부서로 꼽히는 신앙교리성은 이미 지난달 교의부와 규율부로 나누고, 각 부에 차관을 두는 개편 작업을 마쳤다. 부서의 권한과 역할을 분산한 조치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 시절에는 때에 따라 신앙교리성이 국무원보다 위상이 높았다. 신앙교리성과 경신성사성의 역할은 사실상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직후부터 눈에 띄게 축소됐다. 신앙교리성만 하더라도 과거 전 세계 교회에 적용되는 문서를 연평균 3~4개씩 발표했지만, 교황 즉위 이후 3년 동안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앙교리성과 경신성사성 책임자였던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로버트 사라 추기경은 교황의 개혁 행보에 공공연히 이의를 제기하곤 했다.
아동 성학대와 착취 문제를 다루는 미성년자보호위원회는 이번에 신앙교리 부서의 한 부로 편입, 격상됐다.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오말리 추기경은 “교회 전체와 교황청을 통틀어 보호의 문화를 강화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또 문화평의회와 가톨릭교육성은 ‘문화교육 부서’로 통합됐다.
여성을 포함한 세례받은 평신도가 교황청 부서 최고 책임자로 일할 수 있게 길을 열어놓은 점도 주목할만하다. 그동안 부서의 장차관급 책임자는 추기경 또는 주교가 맡아왔다. 새 교황령은 “교황과 주교, 서품받은 성직자들이 교회의 유일한 복음 전파자는 아니다. 평신도 남성과 여성도 교황청 부서로 알려진 중앙행정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 (교황이 자격을 인정하면) 신자 누구라도 교황청 부서의 장을 맡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새 교황령은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8년 반포한 「착한 목자」(Pastor bonus)를 대체하게 된다. 6월 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교황령은 교황의 이름으로 발간하는 문서 중 가장 장엄한 종류로 간주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3.27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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