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낙태 문제를 살펴보는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법적 공백이 길어지면서 낙태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입법에 나서야 할 국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천주교 신자 정치인들이 태아 살리기에 적극 나서주길 촉구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형준 기자입니다.
[기자] 천주교 신자인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1997년, 몸 담았던 정당을 떠났습니다.
낙태를 지지하는 정당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낙태법 공백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천주교 신자 비율이 26%가 넘는 우리 국회에서 '한국의 데이비드 앨튼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되어가는 시점.
국회는 개선입법 시한을 넘긴 것도 모자라, 낙태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낙태죄가 효력을 잃기 직전인 2020년 12월 공청회만 단 한 차례 개최했을 뿐입니다.
<최안나 /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
"지금 현재 입법 공백은 무슨 얘기냐 하면요. 임신 전 기간에 걸쳐서 낙태가 실질적으로 허용이 된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지금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지 저희는 너무 답답하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낙태법 개정안은 모두 6건.
낙태 가능 사유와 주수만 다를 뿐,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들입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낙태에 반대하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온전히 담아낸 법안은 없는 실정입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공청회 당시 "낙태죄는 법으로 출산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낙태죄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박주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 여당 간사>
"다른 나라 사례에 비춰봤을 때 낙태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하고 인공임신중절률하고 상관관계도 발견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법으로 어떻게 보면 출산을 강제하는 것이 저는 좀 맞지 않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여당의 공수처법 처리에 반발해 공청회에 불참했던 국민의힘은 낙태죄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때마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찬반이 대립하는 낙태죄 관련 논의를 애써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가톨릭교회는 개선입법이 이뤄져도 낙태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며, 낙태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낙태) 절차를 좀 어렵게 한다든지, 상담을 강화한다든지 해서 최대한 낙태가 많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외국의 경우) 여러 가지 조건을 만들어서 함부로 낙태를 할 수 없는 그런 절차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그런 것이, 그런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기간 방치된 낙태죄 문제.
박정우 신부는 태아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 특히 천주교 신자 의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낙태를 금할 순 없더라도 줄이는 방향으로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물론 낙태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그런 입법 과정에 얘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신자 정치인들은 그런 노력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
cpbc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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