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주교는 “교회 사목은 앞으로 생명운동과 기후, 생태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은 성령께서 교회 공동체의 선익과 온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사진 이주연 기자
-김 신부: 8월까지 이어지는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는 전체 시노드 여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라고 생각됩니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교구와 신자들은 어떤 자세로 이 여정에 임해야 하겠습니까?
▲이 주교: 교황님께서는 세 가지 동사, ‘만나다, 경청하다, 식별하다’로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를 특징지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 단어는 셋이 함께 보조를 맞춰 하나로 가야 합니다.
기도나 성체조배를 통해 주님을 잘 만나고, 우리 신자뿐 아니라 여러 종교,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잘 만나야 합니다. 비신자들까지도 포함해서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다 들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도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의 첫 단계인 지역교회 안에서 경청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가능한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서는 인위적이거나 피상적인 답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는 이 잘 듣는 과정, 식별하는 과정, 이 여정이 중요한 것이지 잘 꾸며진 문헌이나 결정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우리가 하나, 한 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을 통해서 만남의 은총, 경청의 은총, 식별의 은총 등 풍성한 은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신부: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교회의 신앙생활과 사목활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혹은 위드 코로나의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미래 사목의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주교: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가 좁은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습니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많았지만, 지금은 교통발달로 어떤 곳이 병에 휩싸이면 즉시 국경을 넘어 급속하게 확산됩니다. 미래 세상에서는 이기적이고 개인중심적인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교회 사목은 앞으로 생명운동과 기후, 생태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은 성령께서 교회 공동체의 선익과 온 인류의 행복을 실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중 겪은 비대면 상황은 일상생활 안에서 신앙실천이 중요함도 일깨웠습니다.
우리 신자들도 성사생활과 미사참례가 전부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살아있는 신앙심을 지니고 신앙을 전파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중에 사용했던 비대면 소통 방식도 계속 활용해나가면서 성당 울타리 안에서만 신앙인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선행과 자선 등 신앙인의 정체성을 잘 구현하는 일을 생활화하는데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 신부: 감염병 대유행, 기후위기 등 도전과 위기의 상황들은 무엇보다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앞으로 교회는 어떻게 더 많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야 할지요?
▲이 주교: 코로나19 이전에도 늘 있어왔던 문제지만, 코로나19 이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가난한 이들, 비참한 이들, 소외된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우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이고 명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부와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더욱 베풀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교구뿐 아니라 수도회, 단체 등 여러 활동단체에서 코로나19 이전에도 빈곤층을 돌봐왔습니다. 교회의 복지·자선사업은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복음전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회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은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적으로 선택해 온전한 사랑을 나눌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외 없이 해야 할 일입니다. 또 국가가 제도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법과 시스템을 만들도록 촉구하는 것도 교회가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김 신부: 주교님께서는 수원교구장으로서, 주교회의 의장으로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등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이 문제가 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교구와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이 문제에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주교: 오늘날 전 세계교회는 「찬미받으소서」에 따라 하나뿐인 공동의 집, 지속가능한 지구 살리기 7년 여정을 지내고 있습니다. 주교회의는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의 지침에 따라 ‘특별 사목교서’를 발표했습니다. 그 안에 가정, 본당, 교구, 모든 계층을 망라하는 사회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명료하게 제시했습니다.
한국교회는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에 주력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이것은 당장 해야 하는 일이고, 이걸 하지 않으면 지금의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힘들도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의 생태적 회심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김 신부: 한국은 남북 화해와 통일,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방북은 전 세계의 관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주교: 한반도 평화는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적 평화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용서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합니다. 교회는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가르칩니다.
교회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물적 지원과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야 합니다. 저녁 9시 주모경과 ‘평화를 위한 기도’도 끊임없이 바쳐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여정은 지속적인 투신을 요구할 뿐 아니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증인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교황님께서도 늘 말씀하십니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에 앞서 ‘남남갈등’도 성찰해야 합니다. 이념과 사상, 정치적 진영이 다르다고 대립·반목하고 하나 되지 못하면서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정착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진정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민족의 용서와 포용, 이런 통일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도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