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사다난했던 2020년, 오늘이 마지막날입니다.
가톨릭뉴스는 올 한 해를 분야별로 정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가톨릭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명분야를 결산해보겠습니다.
올해 낙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는데요.
가톨릭교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낙태죄 대체입법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2020년 우리 사회의 생명 현안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가톨릭교회는 올해 태아 살리기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올해 안에 법 개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를 비롯해 60여 개 단체가 소속된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낙태법 개정과 태아 보호를 호소하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연취현 변호사 /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사회경제적 이유) 용어는 사실 법률 용어에 쓰일만한 용어가 아닙니다. 명확성이 없어서 너무 폭넓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번 형법 개정 법률안에는 사회적 경제적 이유의 구체적인 기준을 추산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고 모자보건법 역시 아무런 기준이 없으며 하위 규정에 이를 구체화한 위임근거 규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했습니다.
급기야 법무부 자문 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법무부에 낙태죄 완전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난 8월,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주교단은 "연약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건 국가의 중대한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10월 7일,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임신 24주까지도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사회·경제적 사유까지도 다 인정하겠다. 그러니까 내가 돈이 없어서, 미혼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까지도 상담만 받으면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전면 낙태 자유화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정부안을 포함해 6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월 8일, 개정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고, 여당 의원들은 낙태죄 폐지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습니다.
공청회 후에도 낙태법 개정 논의가 진전이 없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28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추기경은 낙태법의 법적 공백을 우려하고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판했지만, 결국 연내 낙태법 개정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 서울대교구장>
국회가 입법을 통해 생명을 보호해야 할 직무를 저버리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조속히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에 나서주기를 촉구합니다.
낙태법 개정이 시한을 넘기면서 내일부터는 낙태죄가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임신 주수와 관계 없이 모든 태아를 보호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편 가톨릭교회는 태아 살리기 운동과 별도로, 미혼부모 지원을 위한 공식 기구를 설립했습니다.
서울대교구는 올해 5월 생명위원회 산하에 미혼부모기금위원회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혼부모에게 한 달에 50만원씩 1년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 서울대교구장>
어떤 어려움도 그냥 물리치고 아기를 택하시고 생명을 택하시고 아기를 낳아서 기르시고 그래서 여러분들 용기에 대해서 정말 감사드리고, 여러분들이 하느님의 일을 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정말 긍지를 가지고 아기를 키웠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올해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또다른 생명 이슈는 비혼 출산입니다.
지난달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정부가 비혼 출산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정치권에선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
종교계 생명단체들은 비혼 출산 법제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박정우 신부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정자기증과 비혼모 출산은 바로 창조주의 뜻을 어기고 금지된 과일 열매를 따먹는 행위, 즉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인간 생명의 시작은 부부의 사랑으로부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진실한 사랑의 결실로서 시작이 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유한 사랑을 받으며 아이가 자라는 것이 창조주께서 세우신 질서입니다.
올해 막바지 생명분야에서 눈여겨 볼 사안 가운데 하나는 2005년 생명윤리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생명윤리 기본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입니다.
생명윤리 기본계획은 생명윤리 정책의 비전을 ‘인간 존엄과 인권에 기반한 공공생명윤리를 확립하고 실현하는 사회’로 정했습니다.
정부는 생명윤리 기본정책을 근간으로 중장기 차원의 시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2020년 생명분야는 태아 살리기 운동이 어느 해보다 활발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낙태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태아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습니다.
낙태법의 법적 공백을 막고 한 명의 태아라도 더 살리려면, 하루라도 빨리 낙태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태아의 생명이 달린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습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김혜영 기자 justina81@c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