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톨릭 신자들은 대림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고해성사를 통해 회개하면서 성탄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고해성사, 비대면으로도 할 수 있을까요?
필담이나 통신 기기를 이용한 방법은 어떨까요?
알아두면 쓸모있는 교회법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과거 기록을 보면 1794년 조선에 입국한 최초의 외국인 사제, 주문모 신부는 필담으로 고해성사를 집전했습니다.
중국인이어서 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상황 요즘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박희중 신부 /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장애인 분들도 있지만, 실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금 이제 우리가 예전엔 우리나라 사람들만 살았는데 지금은 다문화 국가로 우리나라도 계속 변경이 되고 있죠. 그래서 저도 성당에 있을 때 보면 외국인들이 미사하러 오기도 하고 그래서 외국인들에 대한 고해성사 이것도 심각한 문제 중에 한 가지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법에서는 통역이라는 제도를 둡니다.
교회법 990조를 보면 "아무에게도 통역자를 통해 고백하는 것이 금지되지 아니하나, 남용과 추문을 피하고 983조 2항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983조 2항은 "통역자도 고해의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합니다.
<박희중 신부 /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고해를 들은 사제도 비밀을 지켜야 되지만, 통역이 있을 때는 통역자도 그 비밀을 지켜야 됩니다. 따라서 말을 하실 수 없는 분이 수어로 만약에 죄를 고백할 경우에 사제가 그 수어를 알아들으면 제일 좋지만 그것을 모르는 경우에는 그것을 중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 사람도 고해의 비밀을 지켜야 되고요."
만약 통역이 없다면 고해성사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필담 고해성사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장애인의 경우 필담을 통한 고해성사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박희중 신부 /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저도 성당에 있을 때 말씀을 못하시는 분이 계셨었습니다. 그 분은 고해소에 들어오시면 똑똑 두드리시더라고요. 전에 아마 제가 가기 전에 다른 신부님이 그렇게 알려주신 것 같아요. 두드리시면 제가 있으면 종이를 넣어주세요. 그러면 제가 기도 그대로 해 드리고 훈화와 보속을 간단하게 종이에 써서 드리고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화와 같은 통신기기, SNS를 통해서 고해성사를 하는 건 가능할까.
가톨릭교회의 성사는 대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성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관계를 맺고, 하느님의 친교에 참여합니다.
즉 방송 미사를 통한 대송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목적 배려 차원일 뿐, 원칙적으로 비대면 성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박희중 신부 /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
"성사는 인격적인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언어 외에 수단을 통해서 SNS를 통해서든지, 전보를 통해서라든지, 전화를 통해서든지, 요즘에는 너무나 많은 친구들이 SNS를 통해서 서로 옆에 있으면서도 SNS로 의사를 교환하는 경우들도 왕왕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런 것은 우리 고해성사 안에서는 아직까지는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는 비대면 상황에 대비한 온라인 사목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강한수 신부는 "앞으로 대면과 비대면 사목은 언제든 병행될 수 있다"며 "고해 사제와 고해자가 거리를 둔 상태에서 대화를 도와줄 수 있는 허용된 수단을 사용한다면 고해성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앵커 리포트였습니다.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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