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로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공생의 길을 제시하는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반포했습니다.
교황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새 회칙의 주요 내용을 서종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일 새 회칙을 반포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 후 처음으로 로마를 벗어나 이탈리아 중부 소도시 아시시로 향했습니다.
아시시는 평생 청빈하게 살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나고 묻힌 곳입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이 있는 성당에서 수도 공동체 회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주례하고 새 회칙「모든 형제들」에 서명했습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상이 모두 연결돼 있음을 깨달은 만큼, 이 위기도 모두가 형제자매임을 느끼는 새로운 연대를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2020년 5월 14일>
“하느님 안에서 우리 모두는 한 형제와 자매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모든 형제자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남녀 여러분, 오늘날 이 전염병으로부터 치유의 은총을 구하기 위해 기도와 참회 안에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됩시다.”
교황의 회칙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입니다.
이번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세 번째 회칙입니다.
교황은 즉위 직후인 2013년 7월 「신앙의 빛」을 발표하고, 2015년 6월에는 가톨릭 역사상 첫 환경 회칙인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했습니다.
서문과 8개장으로 구성된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은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인 지난 4일 전문이 공개됐습니다.
회칙 제목인「모든 형제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권고인 “형제 여러분 양을 구할 선한 목자가 십자가의 고통을 짊어졌다고 생각합시다”에서 인용됐습니다.
교황은 지난 주일 삼종기도에서 회칙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를 설명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 10월4일 주일 삼종기도 훈화 中>
"시대의 징표는 인간 형제애와 창조물에 대한 보살핌이 완전한 발전과 평화를 향한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첫 번째 장 ‘폐쇄된 세계의 어두운 구름’에서는 현 사회 시스템의 각종 왜곡을 지적합니다.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정의의 조작과 변형, 사회 공동체의 의미 상실, 공동선에 대한 이기심과 무관심, 소비 지상주의 등 시장 경제의 실패, 인권의 불균형과 일탈을 다룹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인간은 동정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즉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조심합시다. 이기적인 무감각에 빠지지 마십시오.”
2장과 4장에서는 이주민을 ‘길 위의 낯선 사람’으로 표현하며 이주민과 인종 차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의 여정에서 넘어진 이주민들을 책임질 것을 요청하실 것입니다. 그들은 일회용 소비 문화의 희생자였습니다.”
따라서 교황은 이들의 고통에 등을 돌리지 말고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사랑의 다리’를 만들자고 호소했습니다.
교황은 3장에서는 ‘열린 세상에 대한 구상과 창출’을 설명하고, 5장에서는 가장 가치 있는 자선의 형태로 인간 존엄성에 초점을 맞춘 정치의 가치 추구를 언급했습니다.
교황은 빈곤층을 돕지 못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경제 불평등을 지적하며, 과열된 소비 지상주의와 이기적인 자기 보호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돈이 곧 권력'인 원리가 무제한적으로 통용되는 세상! 이러한 야만적 자본주의 세계는 악마의 배설물로 인간의 공동선을 위한 봉사를 내팽개치게끔 합니다.
아울러 7장 ‘새로운 만남의 길’에서는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핵무기와 사형제 폐지를 거듭 호소했습니다.
마지막 8장 “형제애에 봉사하는 종교” 에서 교황은 “폭력과 테러는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교리에 대한 잘못된 해석과 불의한 정책 때문”이라며 “종교간 평화의 여정은 가능하고 종교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청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은 “새 회칙은 국제 관계에 적용될 형제애의 문화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교황은 우애의 문화를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도록 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CPBC 서종빈입니다.
cpbc 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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