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름철을 맞아 시원한 아이스커피 즐기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비가 오는 날엔 따끈한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데요.
그런데 과거 그리스도인들이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고 불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가톨릭교회와 커피의 이야기를 전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리 국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353잔.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보다 2.7배 높습니다.
이처럼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의 역사는 종교와 맞닿아 있습니다.
7세기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는 고행 중 동굴에서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꿈에 나타난 가브리엘 천사가 “빨간 열매를 따 먹으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고, 실제 마호메트는 커피 열매를 먹고 건강을 회복합니다.
이후 “커피를 몸에 담은 자는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무슬림 사이에서 퍼졌습니다.
커피가 교황청에 들어온 건 1615년.
성 베드로 대성전이 건립된 해였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검은 빛깔을 띠는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맛본 클레멘스 8세 교황은 “이렇게 맛있는 음료가 사탄의 것일 리 없다”며, “그리스도인들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커피에 세례까지 줬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축복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새하얀 우유 거품 위에 계피나 초콜릿 가루를 뿌려 마시는 커피인 카푸치노는 가톨릭교회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카푸치노는 가톨릭교회 수도회인 ‘카푸친’에서 유래했습니다.
카푸친회 수사들이 수도복 모자를 쓴 모습이 우유 거품을 쓴 커피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수도복 색깔이 카푸치노와 비슷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박영순 바오로 /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전화인서트
“커피에다가 우유를 섞을 때, 그 우유가 거품 우유가 되는 거죠. 한 잔에 담길 때 색깔도 카푸치노 수도사님의 복장 색깔이지만, 모자처럼 동그랗게 컵 위로 올라온다고 해서. 그 카푸친 수도사님들이 쓰시는 후드나 볼록 올라오는 모자 같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덧붙이게 된 것으로…”
실제로 카푸치노는 수사들이 즐겨 마셨던 음료로 알려져 있습니다.
17세기 터키군이 오스트리아 빈 등 동유럽을 공격했을 때, 카푸친회 수사 마르코 다비아노가 범기독교 세력을 결집해 터키군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터키군이 퇴각한 후 다비아노 수사는 남겨진 커피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맛이 너무 진해 커피에 크림과 꿀을 섞어 먹기 시작한 게 카푸치노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르코 다비아노 수사는 이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복됐습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
cpbc 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출처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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