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본당 봉사자들의 일을 덜어주고 싶어 시작한 작은 수고가, 이젠 모든 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쁩니다.”
모바일 앱 ‘베르뇌’를 개발한 박정훈(가브리엘·42·제2대리구 수지본당)씨는 5월 7일 서울 독산동 현대지식산업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본당 봉사자들을 위해 개발했던 ‘베르뇌’가 교구 내 다른 본당 구성원들에게도 편리함을 주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모바일 앱 ‘베르뇌’는 수지본당 주보성인 성 베르뇌 주교의 이름을 딴 미사 참여 신자 명단 확인 프로그램이다. 앱을 내려 받아 이름과 세례명,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QR코드가 생성된다. 봉사자나 직원이 관리자 앱으로 이 QR코드를 스캔하면 입력된 정보를 본당 메일로 전송해 취합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는 ‘베르뇌’는 5월 8일 기준 9200여 명이 내려 받았다.
박씨가 ‘베르뇌’를 개발한 계기는 본당 중고등부 교사회 교감을 맡은 아내가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본당 어르신들도 사용할 수 있는 미사 참례 출석 확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그는 20여 년 동안 IT업계에서 개발자로 일한 경력을 살려 퇴근 후 틈틈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직장동료들의 손을 거쳐 모바일 앱 ‘베르뇌’로 탄생했다.
박씨는 개발 소감에 대해 “사실 ‘베르뇌’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기능이 쉬워도 사용자들은 프로그램 이용을 어려워하진 않을까가 더 고민됐다”며 “예상보다 더 많은 이들이 써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히 “QR코드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근거 없는 루머들로 인해 ‘베르뇌’ 사용을 꺼리는 분이 계신다”며 “확진자 발생 등의 비상상황에서 필요시 정보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정보 유출은 발생하지 않음”을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올해부터 본당 청소년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박씨는 청소년, 청년 신자들이 감소하는 현재 교회에 관해 “과거와는 다른 아이들의 생활 패턴을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본당에서 또래친구들끼리 서로 이끌어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앞으로는 ‘베르뇌’가 사용되지 않는 때가 오길 바란다”며 “대신 현재 개발하고 있는 주일학교 교사회에서 쓰일 학생 관리용 앱이 널리 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상이 돌아와서 ‘베르뇌’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베르뇌’가 필요 없는, 코로나19가 종식돼 정상적인 일상이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오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