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 닫고 배달로 식사 전달… ‘안나의 집’ 도시락 제작 현장을 가다
“하루 한 끼 먹는 이웃들… 굶게 할 수는 없잖아요”
1998년부터 노숙인 무료 급식
코로나19로 급식소 문 닫고
30명 모여 700개 도시락 제작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부분이 문을 닫고 운영을 중단한 탓에 노숙인 등 소외계층은 따듯한 밥 한 끼를 먹는 기회마저 잃고 있다.
1998년부터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온 안나의집(대표 김하종 신부)은 2월 24일부터 급식소를 열지 않는 대신 도시락을 만들어 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먹는 한 끼로 하루를 연명하는 ‘가족’들 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현장에는 코로나19를 무릅쓰고 스스로 함께 손을 잡는 봉사자들이 있다.
■ 아름다운 사람들
기자가 찾은 3월 6일 도시락 메뉴는 카레덮밥, 어묵국 등이었다. 오전 10시경부터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후, 알아서 재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하는데 손을 보탰다. 조리가 끝나면 1시부터 4시까지 포장하고 4시부터 5시까지 도시락을 나눈다.
요즘 안나의집을 찾는 봉사자 수는 30명 선이다. 기업 등 단체의 봉사가 끊겨 거의 개인 봉사자들이다. 그래도 개강이 미뤄진 대학생들, 불교 신자 부부 등 종교와 계층을 넘어서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안나의집에 출근하다시피 하는 김명기(마르타·74·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씨는 “매일 오전 10시경 안나의집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나눠주는 시간까지 대기한다”고 했다.
그는 “안나의집은 기도하는 집이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곳이기에 코로나19가 겁나지 않는다”며 “나보다 더 못한 이들을 위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고, 더 많은 이들이 이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인 다니엘라 파티갸티(Daniela Fatigati·52)씨는 매주 한 번 꾸준히 봉사를 위해 안나의집에 온다. 약 3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일이다. 코로나19에도 그의 발걸음은 이곳을 향한다.
“특별히 이 시기는 더 마음과 행동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그는 “위험한 때이고 걱정도 되지만, 우리가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고 했다.
김하종 신부는 “사회적 격리로 여러 명이 모임을 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어려운 이들을 섬기기 위해 안나의집을 찾고 기쁨으로 도시락을 함께 만드는 이들은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천사가 아닐 수 없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하루 한 끼’로 사는 사람들 외면 못 해
안나의 집은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급식소 문을 닫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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