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짚어 보는 재(灰)의 길
인간 근원 되새기며 ‘참회’와 ‘단련’의 길로 이끌어
푸른 가지가 재로 변하기까지
수난과 죽음 묵상하도록 도와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가 얹어지면, 신자들은 ‘사순 시기에 들었음’을 실감한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의 시작. 우리 머리 위에 얹어지는 재(灰)가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사순 시기의 의미를 묵상한다.
■ 호산나!
성지의 시작은 사순 시기의 마지막 주일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과 그의 수난을 기억하는 주일이다. 신자들은 이 주일에 나뭇가지를 들고 행렬을 하거나 환호하고, 사제가 뿌린 성수로 축복된 나뭇가지는 ‘성지’라 불리게 된다.
성지는 보통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를 사용하지만, 종려나무와 올리브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편백나무나 쑥백나무, 소나무 등을 이용하고 있다.
성지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당시 백성들이 승리와 존경의 표시로 흔들던 나뭇가지를 재현한다. 성지 주일의 복음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담고 있지만, 성지는 최후의 승리(묵시 7,9)를 상징한다. 즉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승리,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가 얻는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이 사순 시기의 끝자락에서 신자들의 손에 건네진 성지는 신자들 가정의 십자가 곁에서 한 해를 보내고, 재로 다시 태어나 사순 시기의 시작에서 신자들의 머리에 얹어진다. 재는 그 시작인 성지로서도, 끝인 재로서도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얻는 영원한 생명을 알린다. 재(灰)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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