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교회 결산]순교 선조 기억하고 생명 운동 결의 다지며 한반도 평화 기원
▲ 주교와 평신도가 마주 앉아 김수환 추기경의 따뜻한 영성을 나누는 기념 토크 콘서트. 가톨릭평화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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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개관한 서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국내 최북단 성당인 ‘JSA성당’.
▲ 신자들이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
▲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재판진이 서울 일대 순교터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기해박해 180주년, 3ㆍ1운동 100주년,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2019년 한국 교회는 ‘기념과 기억의 해’를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 한국 교회 부문을 결산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한국 교회 모든 구성원은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따뜻한 영성과 사랑의 정신을 연중 되새겼다.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추모 미사를 시작으로 전국 교구는 일제히 추모 전시와 세미나, 토크 콘서트, 특강 등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신자와 시민들이 장기 기증 희망자 등록 신청에 동참하기도 했고, 익명의 후원자는 옹기장학회에 5억 원을 기탁하는 등 추기경 닮은 선행을 더욱 실천했다. 어느 때보다 각자가 ‘작은 김수환’이 되기로 결심하는 해였다.
기해박해 180주년… 서소문순교성지 개관
한국 교회는 조선 시대 두 번째 탄압기였던 기해박해 180주년을 기억했다. 각 교구는 기념 미사를 봉헌하며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과 부산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등지에서는 특별 전시가 개최돼 순교 신심을 고양했다. 기해년 순교자들을 기리는 특별한 해에 이들을 처형했던 장소이자, 단일 순교성지로는 가장 많은 성인을 배출한 서소문 밖 네거리에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5월 공식 개관했다.
한국 교회 신앙의 증인 시복 예비심사
이 땅에서 빛나는 신심으로 믿음의 씨앗을 뿌렸던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와 ‘하느님의 종 81위’ 시복 현장조사가 7월에 마무리됐다.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는 교구별 순교자들의 역사 현장을 방문해 사료와 증언 등 발자취를 조사하고, “공적 경배가 없었음”을 재확인했다. 한국 교회는 2020년 교황청 시성성에 보낼 공적 문서 작성만 하면 시복 예비심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3ㆍ1운동 100주년, 그리고 한일 교회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ㆍ1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3ㆍ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의 다름이 차별과 배척이 아닌 대화와 출발점이 되는 세상, 전쟁의 부재를 넘어 진정한 참회와 용서로써 화해를 이루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한국 교회가 일제의 강제 병합에 따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와 신자 보호를 위해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웠다”며 반성의 뜻도 표명했다.
일본가톨릭정의와평화협의회 회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도 “양국 천주교인들은 형제자매로서 과거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직시하고, 문화와 종교 등 시민에 의한 다양한 교류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3ㆍ1운동의 정신을 드높였다.
춘천교구 80주년, 안동교구 50주년, 원주교구 평신도 희년
춘천교구는 올해 설정 80주년 기쁨의 해를 보냈다.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를 주제로 연중 기념 미사 및 행사를 통해 공동체 일치와 100년을 향한 희망을 새겼다. ‘작은 농촌 교구’로 불려 온 안동교구도 설정 50주년을 맞아 교구 쇄신운동을 통해 더욱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 원주교구도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설립 50주년 기념 ‘평신도 희년’을 보내며 어느 때보다 교구민이 성화되는 한 해를 보냈다.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 착좌, 유덕현 아빠스 탄생
손삼석 주교가 6월 부산교구 제5대 교구장에 착좌했다. 특유의 소탈함으로 평신도들과 가깝게 지내온 손 주교는 청년 사목 활성화, 냉담자 회두 운동 등 교구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로써 부산교구민 45만여 명은 올해 교구 설정 62주년에 새로운 복음화 여정의 닻을 올렸다.
이에 앞서 2월에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고성수도원 초대 아빠스가 탄생했다. 고성수도원이 아빠스좌 대수도원으로 승격됨에 따라 유덕현 아빠스는 종신직으로 아빠스직을 수행하게 됐다.
헌재 낙태죄 폐지 위헌 판결
한국 교회의 오랜 낙태죄 폐지 반대운동과 생명 수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합헌 결정을 냈지만, 이를 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명 관련 포럼과 생명운동을 펼치고,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관한 호소문을 국회에 전달하는 등 ‘죽음의 법’이 아닌 ‘생명의 법’을 제정해달라고 끊임없이 촉구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4ㆍ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평화의 메시지를 내고, “일치, 대화, 형제적 연대에 기반한 미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모두에게 줄 수 있기를 바라며,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히 내리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한국 교회는 이를 기념하며 전국 교구에서 ‘평화 인간띠 잇기’ 행사에 참여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군종교구는 8월 공동경비구역에 국내 최북단 성당인 ‘JSA성당’을 봉헌했다.
올해 초 교회 안팎에서는 교황 방북에 관한 관심이 일었다. 연초 베트남에선 두 번째 북미 간 정상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와 주변국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한반도 평화 조성 분위기는 다시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다.
한국 교회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2020년 연중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에 돌입했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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