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었지만 십자가를 생각하면서 묵주를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철산성당 김영수)
"우리 아빠가 마라톤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 힘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 작전동 성당 이미정)
"스쳐가는 바람결은 김대건 신부님의 제의 한 자락이 머리 위를 스쳐가는 듯하여 소스라쳤다." (안양 중앙 성당 주윤균 안드레아)
"주님의 사랑이 있어 더욱 행복했습니다." (박 예로니모)
지난 5월 13일 열린 제 1회 미리내성지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의 후기다. 참여 마라토너는 모두 1,822명. 함께 응원 온 가족들과 봉사자들까지 포함하면 참여 인원이 6천명을 넘는다. 처음 개최한 행사로서는 그 열기와 반응이 대단해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수원교구 생명환경연합은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을 맞이하여, 그분의 순교영성을 기리며 지역사회와 미리내성지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 대회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코스는 미리내 성지 부터 고삼 저수지까지. 또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은 하프(21.0975km)와 10km, 5km 등 3가지였다. 특히 5km 종목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져, 마라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 뛸 수 있는 경기임을 보여주었다. 이날 하프 종목 우승은 남자-박생년, 여자-박미라 씨가 차지했으며 최고령상(김달님, 77세, 분당마태오성당)과 최연소상(강승배, 5세, 화서동 성당) 및 단체상(화서동 성당, 195명 참여)에 대한 시상도 있었다.
한편, 다른 마라톤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미리내성지 마라톤대회에는 있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묵주팔찌를 제공해, 참가자들이 달리면서 기도할 수 있었으며, 또다른 기념품인 말씀사탕을 통해 말씀 속에서 달리는 준비를 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준비위원들의 세심한 마음이 담겨있다. 대회 선물을 묵주로 정한 것, 말씀 사탕을 일일이 손으로 만들게 하는 정성, 완주자들에게 일일이 ‘완주메달’을 걸어주는 노력. 모두가 대회와 참가자들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참가비가 없어 대회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다. 생명환경연합에서 달리고 싶지만 참가비가 없는 사람들(달림이)과 참여할 수는 없지만 대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도우미)을 연계해, 마음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이 연계를 통해 10km에 11명이, 5km에 12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미리내에는 일반 마라톤 대회와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이 날, 교구장 최덕기 바오로 주교는 5km 코스를 49분 7초로 완주하는 기록을 남겼다. 최덕기 주교는 완주 후, “오직 신앙을 위해 고난의 삶을 사신 김대건 신부님을 묵상하면서 달렸다”면서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마라톤처럼 신앙인들도 힘든 인생살이 속에서 하느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마라톤 대회에는 서울과 경기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저 멀리 제주도부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강원, 충청, 인천 등 전국적인 참여가 있었다. 제 2회 대회는 전국 단위를 넘어서 국제 대회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소는 변함없이 김대건 신부의 숨결이 느껴지는, 미리내 성지에서다.
-천주교 수원교구 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