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책] 이용훈 주교의 지선아 사랑해
화상으로 큰 상처 입고도 당당하게 사는 모습에
감동
큰 사고로 자동차에서 불이 나기 시작하였고, 정신을 차린 오빠는 기절한 채 불길에 휩싸여 있는 동생을 꺼낸 후 자기 옷을 벗어 불을 껐으나 곧바로 차는 폭발하고 만다.
23세의 지선이는 전신 55%에 달하는 3도 중화상을 입었다. 지옥같았던 2개월간 중환자실 생활과 다섯번에 걸친 피부이식 수술 후 7개월만에 그녀는 3급 장애 진단을 받고 전혀 딴 사람이 되어 귀가한다. 괴물 내지 외계인 같은 모습에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 도망을 간다. 외출을 할 때 모자에 가면까지 써야 한다.
주인공은 1978년에 태어나 모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이던 2000년 7월30일 승용차로 귀가하던 길에 음주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11차례 수술,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치료를 받았으나 예전의 곱던 얼굴은 결코 찾아볼 수 없고 온 몸이 화상으로 얼룩져 있지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 지선이는 비록 껍데기는 남들과 다르지만 살아 있음을 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찍소리 못하고 죽을 뻔했던 위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지선이는 덤 인생이 불편하기는 해도 근심 걱정없이 살고 있다. 삶은 소망이고 희망임을 확신하고 있다.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그대로 지선이를 사용하시리라는 소망이 편안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고, 깊은 상처 부위에서도 새 살이 돋아났다. 달라진 삶과 얼굴을 지선이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하느님은 주셨다. 성인군자라도 갖기 힘든 마음을 하느님은 도를 닦은 적이 없는 그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다. 하느님이 안 계시다면 세상 모든 것을 준다 해도 지선이의 잃어버린 삶에 대한 보상을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하느님이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숟가락을 혼자 잡을 수 있고, 문고리를 잡고 열 수 있어 그녀는 감격어린 감사의 마음을 갖고 산다. 바로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선이는 갑작스럽게 많은 것을 잃고 괴로워하는 장애인들의 상실감, 우울증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불의의 사고가 난 지 3년이 흘렀지만 그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과 은혜를 맛보았다고 고백한다. 그런 면에서 고통은 가장 큰 축복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일그러진 얼굴과 짧아진 손가락이 아니고서는 전할 수 없는 메시지들이 있기에 지선이는 사고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시련을 통해 얻은 축복의 보물들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화상을 입은 사람들을 위한 마을을 만들고 특수사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가장 소외되고 버림받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에게서 덤으로 받은 삶을 살고 있음을 자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지선이의 감동적 모습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이지선 지음/이레/9000원)
평화신문 11.2일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