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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0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10-06 조회수 : 157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의 의심 없는 믿음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돌아보니 불과 5~60년 전의 일입니다.

가구마다 자녀를 너무 많이 낳다 보니 인구가 너무 급증했습니다. 

 

학교에 가면 학생 수가 너무 많아 한 반에 70명, 80명이 배정되어 담임 선생님이 학년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 이름도 다 못 외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귀한 줄을 몰랐습니다.

한 명 한 명, 인격적 대우가 아니라 도매금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제가 있는 시골은 아기 한 명이 태어나면 온 마을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무 기쁜 나머지 마을 입구에 큰 플래카드까지 내겁니다. 

 

너무 귀한 아이들이다 보니,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귀하고, 너무나 감사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개념있는 행동이나 예의바른 처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직 이성적 사고나 판단 능력보다는,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큽니다. 

 

제자들 입장에서 바라볼 때, 요란스레 예수님 앞에 등장한 어린이들이 무척이나 성가셨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계속되는 복음선포 활동으로 격무와 상습 피로에 시달리고 계시는 스승님이신데,

보다 중요한 일을 수행하셔야 할 스승님이신데, 개념도 예의도 없는 아이들이 몰려오니 짜증이 났던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 가까이에서 군중들의 질서 유지 담당 역할도 수행했었던 제자들이기에, 자연스레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부모들을 꾸짖었습니다.

“사전 약속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면 어떡합니까?

지금 스승님께 몹시 바쁘시니, 빨리 아이들 데리고 돌아가십시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본 예수님께서 크게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습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 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 14~15) 

 

가톨릭교회는 예로부터 하느님 앞에 선 한 인간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자세로 어린이의 예를 들어왔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고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의심이 많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의 그런 ‘의심 없는 믿음’을 높이 평가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전적인 신뢰와 단순한 의탁을 하느님 나라 입국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십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든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 입국은 불가능하다거나 요원한 것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삶의 근본적인 태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 세상과 자연을 향한 강한 믿음과 신뢰심, 깨끗한 마음과 단순성, 솔직함과 겸손함을 지닌다면, 하느님 나라는 결코 멀지 않을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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