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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9-22 조회수 : 167

복음: 마르 9,30-37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너를 존중하고 인정해 줍시다! 

 

젊은 수도자들의 선생 역할을 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초단기간에 세상의 물을 쫙 빼고 멋진 수도자로 탈바꿈시키려는 욕심에 도에 지나친 요구도 참 많이 했습니다.

제 코도 석 자인데, 저도 제대로 실천 못하면서 형제들을 몰아붙이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래도 제 마음 안에는 어떻게든 형제들의 초보 수도 생활을 일취월장시키려는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구도 많았고 기대치도 높았습니다.

그 결과 갈등도 많았고 실망도 컸습니다. 

 

12사도를 당신의 최측근 협력자로 부르신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열두 제자 한명 한명을 두고 따져보니 한 마디로 오합지졸, 당나라 군사들이었습니다.

대체로 가방끈도 짧았고, 뭔가 내세울 것도 마땅히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을뿐 아니라 묻는 것조차도 두려워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선 제자들이었지만 아직도 세속적인 야심으로 가득했고, 예수님을 통해 뭔가 얻어내고, 한 자리 차지하고픈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제자단의 모습이 오늘 복음 안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카파르나움으로 가는 길에 제자들은 자기들끼리 길에서 한바탕 논쟁을 벌였습니다.

논쟁의 주제는 일종의 서열 싸움이었습니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에 예수님께서는 분노에 앞서 큰 서글픔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높아지지 말고 낮아져라, 커지지 말고 작아져라,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섬겨라,

그렇게 목청껏 외쳤건만, 아직도 서열 싸움을 하고 있으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을 것입니다. 

 

드디어 예수님께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십니다.

아무리 말로 교육을 시키려 해도 안되니, 특별한 교육 방법을 선택하십니다.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살암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코 9,37)

어쩌면 오늘 우리도 그 옛날 극도로 미성숙했던 제자들, 틈만 나면 내가 높으니, 네가 높으니,

서열 싸움을 하는 제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너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면 좋으련만, 수시로 나와 그를 비교하고, 어떻게든 상대의 위에 서려고 발버둥 치는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말씀을 하시리라 확신합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은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코 9,35)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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