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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9-19 조회수 : 217

루카 7,36-50 

 

많이 용서받아서 많이 사랑한다면, 많이 사랑받으려면? 

 

 

오늘 복음에서 시몬이라고 하는 바리사이는 한 죄인인 여자가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뿌리고 머리로 닦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더 많은 빚을 탕감받은 사람은 덜 탕감받은 사람보다 탕감해준 사람을 더 사랑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법칙대로라면 죄를 많이 지어서 더 많은 죄를 탕감받아야만 예수님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 특별한 죄를 짓지 않은 바리사이인 시몬은 억울합니다.

사실 모태 신앙인이어서 큰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사랑하기가 그리 어려운 이유가 이와 같습니다.  

 

사랑받으면 행복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많이 사랑받으려면 많이 용서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이 용서받지 못하면 많이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 창설자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데 헌신했던 최영배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들꽃마을 후원회 전담)가 2024년 5월 20일 병환으로 선종하셨습니다.

최 신부는 생전 ‘부랑인의 대부’, ‘장애인의 벗’으로 불렸고 40년 가까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리스도의 사명을 몸소 실천했던 ‘천사 같은 사제’였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과 장애인들과 범죄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용서하는 마음이 커야 합니다.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을 참아낼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신부님께 어떤 자매님이 찾아왔습니다. 천사처럼 사는 분이라 성당에서도 천사란 별명을

지닌 분이신데, 요즘에 한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자기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적이 있는데 그것을 떼어먹고 미국으로 도망쳤던 사람을 10년 만에 길가에서 보고는 온몸이 마비되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죽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는 것입니다.

자신도 자신은 천사라 다 용서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치니 그런 나쁜 마음이

생겨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은 그 신자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사람 모든 마음에 악성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마치 물에 가라앉아 있는 오물과 같아서

그 물병이 쓰러지기만 하면 병 안의 모든 물을 더럽힙니다.

자매님이 천사로 불렸던 것은 지금까지 그 오물이 가라앉아 있기만 했을 뿐입니다.” 

 

또 어느 날 한 남자분이 외도하다가 들켜서 간통죄로 6개월을 복역하고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용서해주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를 드리러 온 것입니다.

밭에서 둘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천사처럼 아름답게 꾸민 자매가 잠깐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고 내려오다가 밭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는 얼굴이 마귀처럼 변하여 욕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자기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서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았는데 이런 창피한 고통을 준다고

빨리 이혼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자매는 교사였는데 어떻게 교사 입에서 그런 말과 표정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남편은 기가 죽어서 계속 무릎을 꿇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 눈에는 그 자매가 마귀처럼 보였고 형제가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사랑받아야 행복합니다.

그런데 내가 용서받지 못했다면 용서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신부님이 신학생 때 직접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당신도 신학교에 늦게 들어와서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도 도와주는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기도 중 가슴 속에서 수많은 구더기가 돌아다니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들이 당신 안에 잠재되어있던 죄들이었음을 알고는 5년 동안 밤마다 방에서 울었습니다.

5년이 지난 뒤에야 그것들이 말라비틀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온몸이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서품받고 첫 미사 때 바로 교도소로 달려가셨습니다.

남자 4백 명, 여자 2백 명이 넘는 복역자들에게 자신도 똑같은 죄인인데 자신은 들키지만 않았을 뿐, 그래서 천사처럼 제의를 입고 있지만 여러분들은 들켜서 더 많은 고통을 받는 차이밖에는 없는데, 이렇게 고생하고 계신 것에 대해 눈물을 흘리시며 사죄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미사는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고 모든 분이 신부님과 함께 울었습니다.

사실 우리 안에는 교만, 성욕, 욕심이라는 세 가지 죄를 누구나 다 지니고 있습니다.

누구는 그것을 억제하고 있을 뿐이고 누구는 터뜨릴 뿐이지, 같은 죄를 지닌 것입니다.  

 

그러니 용서하기 위해 용서받읍시다.

나의 죄를 볼 수 있는 눈을 주님께 청합시다.

겉으로 드러나는 죄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저도 제가 바리사이였지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한 마디로 무너졌습니다.

그분의 사랑에 한순간이라도 감사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죄입니다.

자녀를 부모만큼 용서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부모처럼 사랑받기 위해 모든 이를 자녀처럼 용서합시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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