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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9-04 조회수 : 172

복음: 루카 4,38-44 

 

병고를 통해서도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병고가 찾아와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분들, 얼마나 고통이 크십니까?

얼마나 답답하십니까?

때로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것입니다. 

 

저도 언젠가 크게 한번 아파봐서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우선 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 내가 약해졌다는 것으로 인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모릅니다.

몸이 아프다 보니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도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열외가 잦아집니다.

기력이 떨어지고 자주 위급상황에 빠지다 보니 자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종국에 가서는 병고를 하루하루 상해가는 내 몰골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합니다.

투병하느라 내가 계획했던 그 모든 것이 올스톱 됩니다.

가장 괴로운 일은 아무래도 세상과 인간으로부터의 점점 소외되는 것입니다. 

 

이런 환우들에게 있어 가장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치유일 것입니다.

죽어가는 환자들, 불치병 환자들에게 치유란 단어처럼 반가운 단어가 또 있을까요? 

 

이런 이유로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가장 신경 쓰셨던 부분이 바로 치유 활동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가장 시급한 필요성에 우선적으로 응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루는 수제자 시몬의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때 마침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시몬의 장모!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참으로 특별합니다. 

 

시몬의 장모 입장에서 예수님은 미운 사람이었습니다.

사위 시몬을 빼앗아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멀쩡한 딸을 생과부가 되게 한 원인 제공자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이 사위 시몬과 자신을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장모 입장에서 열불나게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장모에게 가까이 다가가시어 특별한 작업을 하십니다.

열을 꾸짖으십니다.

참으로 기이한 모습입니다.

그러자 즉시 열이 가셨습니다.

시몬의 장모는 즉시 일어났습니다. 

 

그 누구도 어떻게 하지 못하던 펄펄 끓는 열까지 호통치시고 다스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메시아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시몬의 장모는 조금 전까지 꼴 보기조차 싫은 예수님이었는데 즉시 태도가 바뀝니다.

정성껏 예수님의 시중을 들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장모의 열병뿐만 아니라 억울했던 마음까지 한꺼번에 치유하신 것입니다. 

 

시몬의 장모 열병 치유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환자들이 예수님께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누구도 제외시키지 않고 정성껏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그들을 오랜 병고로부터 해방시켜주셨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있어 가장 시급한 필요성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시는 주님께 우리의 아픈 환부를 가감 없이 보여드리면 좋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오랜 병고를 치유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께로 아가면 좋겠습니다. 

 

끔찍한 병고 한가운데에서 매일 부르짖고 견뎌내면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병고를 통해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너그럽게 만들고, 단단한 각오를 하고, 죽기 살기로 병고와 맞서 싸워 이겨내면서,

그 병고를 통해 하느님의 승리와 영광을 드러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더 이상 어찌할 바 없는 상황 앞에서는, 그런 힘겨운 상황 앞에서도 그런 끔찍한 현실조차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부단히 주님 자비와 섭리의 손길에 하루하루를 맡기는 것, 그것 역시 하느님을 증거하는 일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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