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4,31-37
누가 가장 마귀 같은 사람인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보자 마귀가 이렇게 소리 지릅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오늘은 마귀의 정체를 알아보려 합니다.
마귀는 일단 예수님이 누구인지 압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능력에 휘둘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그들이 느끼는 기쁨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이기는 쾌감’입니다.
이는 모든 죄에 다 들어있고 모든 죄의 밑바탕입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은 자연을 보고 일어나는 사건을 보고 양심을 보고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핑계로 믿지 않습니다.
벌써 여기에는 하느님을 이기는 즐거움이 스며있습니다.
그런데 더 마귀와 같은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믿으면서도 이기려는 존재들입니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가리옷 유다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수많은 기적과 가르침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을 팔아넘겨 죽게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쾌감은 얼마나 클까요? 물론 그 쾌감이 자기를 마귀로 만든다는 것을 모릅니다.
예수님은 교회를 당신 자신과 동일시하셨습니다. 진짜 마귀는 교회 안에 있습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믿으면서 교회를 이기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회의 정통 가르침인 지옥과 연옥 등을 부정합니다.
하느님이 자녀를 만들고 불지옥에 보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믿어오던 것보다 자기 혼자의 생각이 더 옳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느끼는 승리의 쾌감은 매우 클 것입니다.
그러나 마르틴 루터처럼 결국엔 교회 전체를 분열시키는 악마와 같은 사람입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이 계심을 알면서 하느님의 뜻에 자신이 변하기를 원하기보다는 자신이 하느님을 변화시키려 합니다.
마치 내 뜻이 하느님의 뜻보다 더 나를 위해 옳다고 믿는 것처럼.
춘천교구 겟세마니 피정의 집 원장이신 김학배 안젤로 신부가 PBC 강의에서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사제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임신한 자매가 기도해 달라고 오셨다고 합니다.
무슨 기도를 해 드려야 하느냐고 묻자 자기가 딸이 여섯인데 꼭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청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안 믿는 사람들인데 이번에도 딸이면 자신까지 아예 성당에 못 나오게 될 판이라는 것입니다.
생명과 성별을 결정하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어쨌건 신부님은 기도해 주었는데
다행히 아들을 출산해서, 온 시댁 식구들도 아기의 세례식 때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약 20년이 지나 신부님이 피정의 집에 있을 때, 그 자매님이 순례자들과 함께 오셔서
너무 반가웠는데, 그 자매님은 슬픈 표정으로 면담을 요청하였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부님이 기도해서 낳은 아들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큰 사고들을 많이 쳐서 이제는 그 아이가 온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아무것도 청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청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의 특권입니다.
그러나 결정은 부모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까지 바꾸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악마가 아니라 천사가 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한 자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얼마 전부터 매일 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났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이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뚜껑이 열렸을 텐데 참아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심하게 걱정해야 할 상황에서도 담담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는 내가 주님께서 뜻을 바꾸기를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주님의 힘에 내가 변화되기 위해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악마의 성향에서 천사의 성향으로 변화되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궁에서는 그분 뜻에 의해 내가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이지 부모가 내 뜻대로 변하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아는 일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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