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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8-28 조회수 : 228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아! 나는 얼마나 한심한 인간입니까?

내가 밖을 내다보는 순간 하느님은 내 안에 계셨습니다! 

 

 

그리 길지도 않지만, 짧지도 않은 지난 나날들을 돌아보니, 인생에는 적어도 몇번의 대전환점,

다시 말해서 터닝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을 180도 바꿀 수 있는 기회, 인생을 대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왔는데도 온 줄도 모르고,

그 소중한 대 전환의 기회를 놓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숱하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가끔씩 자신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틈나는 대로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성찰해보는 일입니다.

한번씩 인생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탈탈 털어버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대반전의 시기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쳤을 때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일때가, 곧 인생의 터닝 포인트일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대 성인이자 학자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교부이신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이 바로 그랬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껌 좀 씹는 청년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출중한 재능이 있다보니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오로지 세속적인 성공, 명예와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더 심각한 일이 청년 아우구스티노에게 발생했습니다.

마니교에 깊이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마니교는 페르시아 영지주의 종교 가운데 하나이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고대 및 중세에

널리 팽창되던 종교였습니다.

창시자 마니는 자신이 아담에서 시작하여 오랫동안 붓다, 조로아스터, 예수로 이어져 내려온 예언자들의 마지막 계승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니교 가르침의 핵심은 진리에 대한 영적인 지식(靈知 gnosis)을 통해 구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영혼은 타락해서 악의 물질과 섞여 있지만, 영혼 또는 지혜가 해방시킨다는 것입니다. 

 

의로운 사람의 영혼은 죽어서 천국으로 돌아가지만, 육적인 것을 고집하는 사람은 육체가 연속되는 환생의 저주를 받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마니교는 3세기에서 7세기 동안 융성하는데,

그 절정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종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역시 자신의 고백록을 통해 9년 동안 마니교에 심취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던 청년 아우구스티노에게 강렬한 빛 한줄기와 함께 인생의 대 전환점이 찾아오게 됩니다. 

 

386년 가을이었습니다.

밀라노에 머물고 있던 아우구스티노에게 고향 친구 폰시아노가 찾아옵니다. 

 

폰시아노는 최근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깊은 사막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한 수도자들, 특히 안토니오의 성스럽고 빛나는 영적생활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우구스티노는 얼마나 감격했던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렇게 외쳤답니다. 

 

“아! 우리는 얼마나 한심한 인간입니까?

제대로 못 배운 사람들도 온 힘을 다해 천국을 차지하려고 저리 애를 쓰고 있는데, 공부 꽤나 했다는 우리는 육욕의 노예가 되어 있다니! 이 무슨 꼴입니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로다! 부끄러운 일!” 

 

마침내 방황하던 청년 아우구스티노에게도 은혜로운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삶에 대한 열정이 활활 불타올랐습니다.

갑작스런 내면의 변화을 주체하지 못해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산책하며 기도하던 아우구스티노의 귓전에 한 애띤 어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들어서 읽어보라! 들어서 읽어보라!” 

 

즉시 발길을 돌려 침실로 돌아온 아우구스티노는 책상 위해 놓여 있는 성경을 들어 펼쳤습니다.

아우구스티노의 눈에 최초로 들어온 성경 구절은 다음의 말씀이었습니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로마서 13장 13~13절) 

 

그 순간 아우구스티노는 큰 망치로 뒷통수를 크게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성경 구절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아우구스티노 자신을 위한 맞춤형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죄의 아들 아우구스티노가 회개하던 순간 천국에서는 예수님과 성모님을 물론, 수많은 성인성녀들과 천사들이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올렸을 것입니다. 

 

우리도 가끔씩 성경책을 들어 펼쳐볼 일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어줄 생명수같은 말씀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 인생의 대전환을 이루게 해줄 은혜로운 말씀으로 흘러넘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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