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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4-08-26 조회수 : 196

마태오 23,13-22
 
내적인 죄로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물 한 방울 없이도 하느님 앞에서 완벽하게 깨끗할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자라난 잡목과 잡풀들로 마치 밀림처럼 변한 골짜기를 예초하다가 뜻밖의 선물을 발견했습니다.
인정사정없이 예초기를 돌리던 어느 순간,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어여쁜 배롱나무 군락을 만난 것입니다.
 
비록 잡목들에 가려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족히 스무 그루가 넘는 진홍빛 꽃이 어여쁜 배롱나무들이 거기서 묵묵히 자라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 입에서는 ‘이게 웬 횡재냐?’하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십 수 년 전 그곳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 묘목을 심었을 선배 회원의 노고가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진귀한 보물들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그렇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우리 선배들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감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예수님도, 하느님 나라도, 영원한 생명의 씨앗도 우리 가까이에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위선과 허세로 따지면 둘째가면 서러워할 두 그룹,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신랄하게 꾸짖고 계십니다.
그 강도가 너무 센 나머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위선자들! 어리석고 눈먼 인도자들! 야단맞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치를 떨고 이를 갈 정도로 강한 질책입니다.
매사에 진실하신 예수님이셨기에 이중적인 처신과 위선적인 삶을 그리도 강경하게 질타하시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우리 안에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보여준 볼썽사나운 위선과 이중성이 잔뜩 들어있지는 않은지 늘 성찰, 또 성찰해야겠습니다.
 
함께 살아가다보면 다른 사람들 눈은 다 속여도 동고동락하는 가족들, 공동체 형제들의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이 가장 정확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바깥에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큰 존경과 인정, 칭송과 사랑을 받는다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가족들, 공동체 형제들에게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다름 아닌 위선으로 가득한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이 분명합니다.
 
이중성의 극복의 중요성에 대한 교부들의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내적인 죄로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물 한 방울 없이도 하느님 앞에서 완벽하게 깨끗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었다면, 바다와 세상의 모든 강물에서 몸을 씻는다 해도 하느님께서 보실 때
더러움으로 시커멓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로 씻어야 하는 그릇이 아니라 기도로 씻어야 하는 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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