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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8-16 조회수 : 291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마태오 19,3-12  

 

왜 핑계를 발견하는가? 사명이 아니라 꿈으로 살기에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모세의 법을 우선시하여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면 절대로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누구는 핑계를 찾고, 누구는 핑계 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누구는 꿈을 살고 누구는 사명을 살기 때문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세이노의 가르침: 가난한 사람들은 선량한가?’를 짧게 편집해서 올린 글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상황에서 가장에게 그런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라고 인상 찌푸리며 불평할 수 있지만, 욕먹을 각오 하고 이 글을 쓴 세이노의 생각도 들어보았으며 좋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십몇 년 전인 1990년 봄, 서울 천호동의 반지하 셋방에서 살던 엄 모 씨(40세)와

부인(38세), 그리고 아들(8세), 딸(6세) 모두가 연탄불을 피워 놓고 동반 자살한 일이 있었다.

엄 씨 가족은 4년 전부터 이 셋방에서 보증금 50만 원 월세 9만 원을 내고 살아왔는데 집주인이 집을 수리하여야 하므로 방을 비워 달라고 해 이사 갈 집을 물색했으나 오른 방값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 것이었다. 

 

서울에서 고교를 나온 엄 씨가 처음 택한 직업은 군에서 배운 운전이었다.

그는 결혼 후 서너 군데 직장에서 차를 몰았으며 모 국회의원의 자가용 운전사로 월 60만 원을 받고 일하다 차를 망가뜨린 실수 때문에 그만두었고 몇 개월 전부터 친구가 경기도 부천에서 하는 부동산 소개업을 도와줬으나 벌이는 한 달에 삼십만 원 선에 불과했고 일정치 않았다.  

 

엄 씨는 2남 1녀의 맏이였다.

그래서 서울 변두리에서 동생과 함께 사는 부모를 모실 수 없는 상황을 늘 괴롭게 여겼지만 죽기 며칠 전에도 노모에게 생활비로 15만 원을 부쳤다.

부인은 집에서 자수 미싱을 하며 생계를 꾸렸으나 죽기 얼마 전 전세 목돈을 만들고자 재봉틀마저 팔았다.

그러나 이때 받은 76만 원은 옮겨 갈 방을 구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대신 어린 아들은 그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엄마가 미싱을 팔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TV 소리가 잘 들렸기 때문이다.

방 안도 참 깨끗해졌다.” 명성교회 신자였던 엄 씨는 유서에 이렇게 적었다.  

 

 “주님께서 현숙한 처녀를 어머님 눈에 띄게 하셔서 좋은 아내를 주셨고 귀여운 남매까지

선물로 주시는 축복을 허락하셨다.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가족인가.

그러나 한 가지, 다만 한 가지 나에게 물질의 축복, 남들처럼 돈 잘 버는 재주만은 주지 않으셨다. 

 

…집을 비워 달라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 고민에 빠져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집 문제 하나 해결 못 하는 무능한 가장. 이런 남편을 하늘처럼 섬기며 불평 한마디 해 본 적 없이 늘 쾌활한 아내, 당신은 정녕 천사이리라. 

 

나쁜 짓을 하면 하나님께 혼난다는 말을 종알거리는 아이들, 너희도 정녕 천사이리라.

… 전세금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일들이 모두 제대로 안 돼 이젠 방법이 없다.

나 혼자 세상을 떠나려고 했지만.

…이 살벌하고 각박한 세상에 떨어진 처자식의 앞날이 얼마나 고생스러울 것인가.

…아버지 때부터 시작되어 오고 있는 가난이 나에게 물려졌고, 기적이 없는 한 자식들에게도

물려지게 될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끝날 조짐도 없다.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내 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매년 오르는 집세도 충당할 수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정치하는 자들, 특히 경제 담당자들이 탁상공론으로 실시하는 경제정책마다 빗나가고

실패하는 우를 범하여 가난한 서민들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않도록 그들에게 능력과 지혜를 주시어서 없는 자들의 절망과 좌절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엄 씨는 죽기 전 장례비용이라고 적은 봉투에 1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9장과 1만 원권 지폐 10장 등 1백만 원을 담아 방안 책상 위에 놓아두었으며 부동산 소개일을 하면서 고객을 태우고 다니고자 월부로 산 프레스토 승용차를 팔아 장례 비용에 보태 달라고까지 했다

(당시의 거의 모든 신문 기사들을 모아 재편집한 것이다). 

 

당시 어느 경제학 교수는 모 일간지에서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잘못된 분배 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비참과 혼란은 비인간적 이기심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공정한 분배를 위한 제도 개혁들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다시는 가난하기 때문에 죽는 일이

없도록 다 함께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정한 제도 개혁이면 반대하지 않으며, 집주인이라고 마음대로 집세를 올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그날로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나는 다르게 생각하느냐고? 그렇다.

첫째, 나는 ‘듣기 좋은 멋진 말’을 하는 그 교수가

세를 놓고 있는 집이 있다면 당연히 시세에 따라 세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둘째, 집주인들이 마음대로 집세를 올리지 못하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아무도 임대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기에 셋집의 수는 대폭 줄게 되고 임대 가격은 대폭 올라 버리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더욱 살기 힘들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증명된 바 있다. 

 

셋째, 거의 모든 기자, 소설가, 방송작가, 교수, 종교인 등이 자살한 엄씨를 ‘착하고 효자인 데다가 가족도 사랑하였고 성실하였으나, 가난하였기에 갑자기 오른 집세 때문에 절망하여

어쩔 수 없이 자살한 사람’으로 묘사하였지만 실제 상황을 좀 더 파악하여야 한다. 

 

그는 군 제대 후 무려 15년 이상 운전을 하였음에도 저축이 없었다.

국회의원 자가용 기사를 하면서는 월 60만 원의 봉급을 받았는데 1990년 당시는 근로자 최저임금이 16만 5천6백 원이었고 월급 100만 원 이상을 받은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5~6%에 불과하였음에 비추어 볼 때 적은 봉급은 결코 아니었다. 

 

넷째, 그는 친구가 하는 부동산중개업소에 나가면서 고객 접대용이라는 명분으로 프레스토 승용차를 월부로 샀지만 집은 천호동이었고 일터는 부천이었다.

그 먼 거리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였다는 것은 그의 처지로 볼 때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게다가 차를 월부로 산 것을 보면 신차였다는 말이며 프레스토보다 더 싼 차들도 있었는데

월부로 그 차를 구입하였다.

보증금 50만 원 월세 9만 원짜리 사글세 집에서 사는 처지에 도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생겼을까? 

 

다섯 째, 1990년은 이미 산업계에서 3D 업종 전체에 대한 근로 기피 현상이 나타나 일당 3~4만 원에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가 다른 일을 하고자 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음에도 잘 알지도 못하는 복덕방 사무실에 나간 이유가 도대체 뭘까? 돈도 잘 벌고 편해 보였기 때문 아닐까?  

 

능력과 지혜가 필요했던 사람은 우선은 그 자신이었다.

아버지 때부터 시작된 가난이 자기에게 물려진 원인은 그의 소비생활과 일하는 태도 때문이지 피할 수 없는 유전인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중략)......... 

 

성인들은 핑계를 대지 않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수많은 핑계가 있더라도 결국 죄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핑계는 사명을 찾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뜻만

이루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셨다면 그 목적이 있을 것이고 그 사명을 찾아 삶의 의미로 삼는다면 결코 핑계 대고 무너지는 일은 없습니다.

꿈을 좇지 말고 사명을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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