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대축일]
복음: 루카 1,39-56
오늘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성모님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도 결핍과 흠결투성이인 저 자신의 모습, 백번 천번 결심을 하지만 크게 변화되거나
성장하지 않은 제 모습에 실망도 큽니다.
동료 형제들의 모습도 개진도진, 거기서 거기라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가뭄에 콩나듯이 멋진 형제를 만납니다.
부족함과 미성숙을 극복하고 하루 하루 일취월장합니다.
주어진 탈란트도 잘 활용해서 자신의 능력치를 극대화시킵니다.
그런 능력치를 바탕으로 공동체와 교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헌신하니, 선배 입장에서 너무나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성장은커녕 퇴보하고, 겨우겨우 현상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인생, 성장하는 않는 신앙, 성장하지 않는 공동체, 이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인지.
이런 면에서 오늘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분이 계십니다.
오늘 대축일을 맞이하시는 성모님이십니다.
그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이 올라간 분이십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가장 큰 진보를 이룬 분이십니다.
성모님은 오늘 우리에게 한 인간이 얼마나 변화될 수 있는지, 얼마나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지, 인간이 어떻게 ‘하느님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은 우리 모두에게도 희망과 자극을 주는 축제입니다.
예수님의 잉태와 출산, 양육을 위한 성모님의 큰 희생과 노고도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가 좀 더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은 성모님의 신앙여정입니다.
한 평생 다양한 위기와 고통, 큰 십자가와 험난한 가시밭길이 성모님 생애 내내 따라 다녔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태도를 보십시오.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머뭇거리지 않으셨습니다.
희미한 안개 속의 위험한 길을 걸어가시면서도 그 발걸음이 늘 당당했습니다.
천사를 통해 들려온 하느님의 약속을 마음에 새기고 매일 새롭게 결코 만만치 않은 신앙의 길을 기쁜 얼굴로 걸어가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사랑의 힘으로 예수님을 이 세상에 낳으셨습니다.
이제 성모님께 주어졌던 역할이 우리 모두에게 확대되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 안에 예수님을 잉태하지 못한다면, 그 옛날 성모님의 아기 예수 잉태는 그저 오래전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아기 예수님의 잉태는 되풀이되어야 합니다.
나도 힘들지만 미혼모가 낳고 떠난 아기 한 명을 입양하면 그것은 내가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우리 가족도 힘들지만 도움이 필요한 보육시설 아동들의 구체적 결핍을 채워주는 일은 어떤 면에서 내가 직접 또 다른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필요에 응하는 일, 작지만 시간 내어주는 일은 또 다른 아기 예수님을 낳는 일입니다.
하느님은 어디 다른 하늘 아래서 멀리 계셔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오늘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늘 새롭게 거듭 태어나셔야 할 존재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또 다른 성모님이 되어야 합니다.
성모님처럼 아쉽지만 또 다시 나를 떠나고, 안타깝지만 어제와 결별하고, 늘 새로운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하느님은 부단히 다시 태어나실 것입니다.
인간 존재라는 것 때로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때로 작은 울타리에 갇혀 괴로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한히 성장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충만한 존재가 역시 인간입니다.
오늘 우리 안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있음을, 성모님처럼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결국 우리 안에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께서 늘 현존하고 계심을 굳게 믿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