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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7-26 조회수 : 322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외국 아이가 생양파를 먹는 영상을 봤습니다. 생양파가 과연 맛있을까요? 아이가 먹기에는 너무 맵지 않을까요? 사실 이 아이는 엄마가 양파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라고 우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어디 한번 먹어보라고 하자, 정말로 맛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생양파를 먹었던 것이지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너무 우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떻게 생양파가 사과처럼 맛있겠습니까? 아이는 처절하게 생양파를 사과처럼 먹었습니다. 터져 나오는 콧물, 그렁그렁 맺힌 눈물, 새빨개진 얼굴. 그러나 자기가 사과라고 했던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최대한 아삭아삭 맛나게 생양파를 씹어 먹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아이 엄마도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보라 하고 또 여유 있게 영상까지 찍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부모는 이 순간 무조건 말리지 않을까요? 직접 체험하고 한 입 정도는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의 경우처럼 끝까지 기다리는 부모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아이는 더는 양파를 사과라고 우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결정했고, 자기가 선택했으며, 자기가 행동하고, 그래서 자기가 책임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겠지요. ‘양파는 사과가 아니구나.’

 

주님께서는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해 주십니다. 그래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더라도 간섭하지 않으시고 기다려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면서 당신께로 나아가길 원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어렵고 힘든 일은 모두 주님께 책임을 떠맡기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은 며칠 전에 나왔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설명해 주시는 장면입니다. 보통 농부가 길가에 그냥 씨를 뿌리고 할 일 다했다고 할까요? 또 돌밭이나 가시덤불 속에 씨를 뿌리는 농부도 없습니다. 농부는 보통 좋은 땅을 만들고 그곳에 씨를 뿌리는 것이지요. 바로 복음에 등장하는 땅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하는 길가의 마음을, 주님의 말씀이 오래가지 못하는 돌밭의 마음을,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으로 주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시덤불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도 당신의 말씀이라는 씨앗을 뿌리십니다. 우리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그래서 좋은 땅이 될 때까지 기다리시는 사랑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나쁜 마음을 좋은 마음으로, 그래서 주님과 언제나 함께 많은 열매를 맺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명언: 모든 것을 받으려면 아무것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면 그분께서 모든 것을 내어 주실 것입니다(성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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