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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7-17 조회수 : 285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복음: 마태 11,25-27 
 
작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참 재미있는 우리 말이 있습니다. 철부지입니다.
철부지의 어원은 절부지(節不知)입니다.
절은 계절을 뜻하니, 절부지는 계절(season)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일년 농사를 성공하려면 절기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철부지는 사리를 분별할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를 의미합니다. 
 
철부지들이 지닌 두드러진 특징들은 개념이 없다는 것,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한다는 것, 아직 세상 물정 모른다는 것, 뭐가 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순종적입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합니다. 
 
아직 작고 힘이 없다 보니 철저하게도 의존적입니다.
늘 부모에게 물어보고, 부모가 가자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옵니다.
부모 입장에서보면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철이 들어가면서, 이것저것 어설프나마 배워가면서 슬슬 자기주장이 생기고, 고집도 늘어갑니다.
때로 뺀질거리며 말도 잘 듣지 않습니다.
부모가 한마디 하면 전에는 절대 그러지 않았는데, 이젠 꼬박꼬박 말대답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미워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느끼고자 한다면, 그분의 지속적인 축복을 원한다면, 인간을 한 그분의 한없는 측은지심의 손길을 느끼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지닌 천진난만한 성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대들고 튕기는 것이 아니라 고분고분 순종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역설의 신비를 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있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입니다. 
 
있어 보이기 위한 세상 사람들의 투자는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부실함과 결핍과 약점을 애써 감추려고 기를 쓰니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매일의 삶이 늘 부담스럽고 피곤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없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입니다.
목과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는 사람들입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자칭 지혜로운 사람들, 엄청난 학문적 성취를 통해 한 분야의 최고봉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때로 유치원생보다 못한 사고를 하는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기에 요즘 와서 자주 생각하는 것이 편식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한 과목에 집중하지 말고, 여러 과목에 골고루 신경써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기를 쓰며 쌓아 올리고자 노력하는 학문적, 세상적, 인간적 지혜 위에, 인문학적,
영적, 정신적, 신앙적 지혜가 가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봅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영영세세 지속되는 또 다른 세상, 하느님 나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인식한 사람입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들이 가장 큰 은총의 선물임을 깨달은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함께 지상천국을 건설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나 자신의 부족함을 기꺼이 수용하는 사람입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거룩한 성전으로 여기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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