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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7-05 조회수 : 401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복음: 마태 10,17-22 
 
고작 24세의 나이에! 참으로 대단하신 분!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1821~1846)의 축일입니다.
그간 배출된 한국인 사제 숫자는 7천명을 넘어 섰는데, 신부님은 1호 사제로서, 한국 모든 사제들의 맏형이요 모델이십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생애를 묵상할 때마다 우선 드는 느낌은 안쓰럽고 짠한 느낌입니다.
사제직을 꿈꾸며 마카오로 유학을 떠난 소년 김대건은 물설고 낯선 곳에서 8년 세월을 고생한 끝에 부제품을 받게 됩니다. 
 
사제직을 준비 중이던 청년 김대건 안드레아의 조국과 동포를 향한 사랑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아직도 주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조국의 동포를 향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자 없이 살아가는 조선 천주교 교우들을 향한 연민의 정도 컸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학생 김대건 안드레아는 파리외방전교회 사제들이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는 길을 뚫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그가 21세이던 1841년 연말 마침내 의주를 통해 밀입국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한양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눈물을 머금고 멈춥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무렵 김대건 안드레아는 부친 김제준의 순교 소식과 어머니 고 우르술라가 어린 동생과 함께 머물 곳이 없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참으로 가슴 찢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같았으면 부모님과 가족이 저 지경인데 사제는 무슨 사제, 하며 다 팽개치고 어머니를 찾아 떠났을 것입니다. 
 
1844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학생은 드디어 페레올 주교로부터 부제품을 받습니다.
보다 안전하게 조선 입국로를 뚫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점점 배가되었습니다.
드디어 1845년 1월 꿈에 그리던 입국이 성사됩니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이었기에, 육로를 통한 정식 입국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청년 김대건 안드레아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국경에 도달한 그였지만, 여권이 없었습니다.
기지를 발휘해 아슬아슬하게 국경을 통과했지만, 가는 곳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홀로 밤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큰길로는 걷지 못하고 숲이 무성한 산길로만 걸으니, 그 여정이 얼마나 고달팠겠습니까?
날씨는 한겨울, 눈은 펑펑 오지, 먹은 것은 없지, 결국 그는 눈 위에 쓰러져 정신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조선지목구장 페레올 주교와 파리외방선교회 사제들을 조선으로 모셔오기 위한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의 고초는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상해에서 출발한 라파엘호는 큰 바다를 건너다니는 배가 아니었습니다.
연안에서 조기잡이 정도나 할 수 있는 작은 황포돛배였습니다.
바닷가에 살다 보니 바다의 위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 그리 잔잔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돌변해서 무섭고 거친 모습입니다. 
 
그런 날 황포돛배를 타고 큰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상해 바로 건너편은 제주도입니다.
따라서 선장 김대건 신부의 계획은 인천과 가까운 산동 반도 쪽으로 올라가서 한강 하구를 통해
입국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거친 파도와 풍랑에 떠 밀려 정처 없이 흘러가던 라파엘호는 제주도 앞까지 떠내려갔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새 사제의 전도 여행길은 거의 목숨을 건 여행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의 여정이 마치 바오로 사도의 여정과 흡사합니다.
고작 24세의 나이에!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런 모습 앞에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외국말로 그 어려운 신학 공부한다고 10년 가까이 쌩고생했지, 입국로 뚫는다고 거의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었지, 뱃길로 선교사 동반하려다 죽을 고생한 새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를 고작 24세의 나이로 당신 나라에 데려가셨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조국과 동포를 향한 극진한 사랑, 선교사 영입을 위한 불굴의 의지,
목숨을 내건 선교 열정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부족한 사제들의 수호자시니, 천상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시며, 계속 격려하고 계심을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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