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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7-05 조회수 : 514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일] 
 
마태오 10,17-22 
 
김대건 신부님의 모범으로 보는 '사제직 수행의 목적 '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기념일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동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커다랗게 세워진 것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교회가 성장하였고 또 김대건 신부님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분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김대건 신부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범을 명확히 알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분을 동상으로 외국에 보내놓고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사는 격이 될 것입니다.
성인은 본받자고 정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우리가 성인으로 칭하지 않아도 이미 하느님께 성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제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생각할 때는 단 한 가지 모범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일을 하기는 하셨지만, 결국 한 가지 목적이셨습니다.
그분이 어렸을 때 먼 길을 걸어가셔서 공부하시고 조선 땅을 밟기 위해 육로로, 또 해로로 길을 개척하시며 하신 고생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고생하셨을까요?
당신만으로는 조선의 모든 신자의 배를 불릴 수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왜 신자들의 배를 불리려 하셨을까요? 그래야 착해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데 뮈세는 ‘5월의 밤’이라는 시로 유명합니다.
이 아름다운 시 속에 어미 새 펠리칸이 등장합니다.
어미 새 펠리칸은 갓 낳은 굶주린 새끼 새들을 해변에 놓아두고 먹이를 구하러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오랜 여행에도 어미 새는 단 한 줌의 먹이도 구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맙니다.
여행에 지친 어미 새 펠리칸이 돌아올 때 엄마를 본 굶주린 새끼 떼들은 어미 새에게 몰려갑니다.
그걸 본 어미 새는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포옹합니다.
그리고 어미 새는 그 자리에 누운 채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서 자기 피와 심장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놓습니다.
어미 새는 새끼들이 엄마의 피를 마시고 엄마의 살을 먹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서서히 숨을 거두고 맙니다. 
 
새 중에서 가장 모성애가 강한 새가 펠리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펠리칸은 새끼 새들이 병약하고 아플 때 부리로 자기 힘줄을 터뜨려 피를 먹이고 배고플 때는 가슴을 쪼아 살을 뜯어 먹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미가 그렇게 해서 새끼들도 커서 그렇게 자기 새끼들에게 할 수 있습니다.
잘 먹는 새끼들은 어미를 믿기에 악해지지 않습니다.  
 
반면 뻐꾸기를 생각해봅시다.
뻐꾸기는 어미에게 사랑받지 못합니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날아가 버립니다. 그러면 새끼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몸집이 크니까 자리를 더 많이 차지해야 하고 먹이를 더 많이 받아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알들을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리고 자기만 어미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소유욕, 식욕, 권력욕이 자기를 지배하게 되었을 때 주위에 있는 것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나중에 새들이 회의하면 제일 먼저 쫓겨날 새가 뻐꾸기일 것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제는 인간에게 하느님과의 통로를 제공하여 하느님의 생명의 양식과 가르침으로 신자들이 더는 세상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도 세속-육신-마귀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종교만 버리면 돈도 많이 주고 결혼도 시켜주고 높은 벼슬도 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대건 신부님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런 편지를 남깁니다.  
 
“마음으로 사랑해서 잊지 못할 신자 여러분, 여러분은 이런 어려운 시절을 만나 부디 마음을
허실(虛失)하게 먹지 말고, 밤낮으로 주님의 도우심(主佑)을 빌어, 마귀와 세속과 육신의
세 원수(三仇)를 대적하십시오.
박해를 참아 받으며,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여러분의 영혼을 위한 큰일(靈魂大事)을 경영하십시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은 한국교회에 천국의 음식을 전할 길을 준비하다가 붙잡혀 순교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새끼들이 뻐꾸기가 아니라 펠리칸이 되게 하려는 이유였습니다.
사람은 받은 사랑만큼만 사랑할 수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사제가 무엇 하는 사람인지
명확히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돈 좋아하면 안 되고 십일조 내라고 하면 반발하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또 이런 것 때문에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제들도 있습니다.
이는 김대건 신부님을 수호자로 둔 사제들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습니다.
오히려 세속-육신-마귀와의 싸움이 더 격해졌고 더 많이 지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가장 중요한 교리가 삼구와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위해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면서까지 하늘 양식을 전해주는 길을
트기 위해 노력하셨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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