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창세기 22,1-9
마태오 9,1-8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똑바로 서기를 바라십니다!
제게 있어 ‘평상에 뉘어 예수님께 실려 온 중풍병자’ 스토리에 대한 묵상은 손에 잡힐 듯이 실감이 납니다.
스스로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처지를 저도 200퍼센트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 저도 한동안 꼼짝 못하고 똑바로 누워 천장만 올려다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몸에 미사도 나가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하니, 일어나긴 하는데, 조심조심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만 5분이 족히 걸렸습니다.
양말 신는데 5분, 옷 입는데 5분, 최소한으로 씻는데도 5분...평소 1분도 안 걸리는 거리가 10분 이상 걸렸습니다.
참으로 기기 막히고 비참해지더군요. 이게 과연 사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삶의 질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러나 그런 바닥 체험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나 스스로 아무 것도 못하게 되니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지체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은혜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접하게 되다보니 ‘나는 아무 것도 아니로구나,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구나, 주님 자비 아니라면 나는 정말 비참한 존재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다가왔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세상 인자하신 한의원 원장님께서 “이 몸으로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어요?
마음 넓게 갖고 조금만 참으세요. 꼭 낫게 해 드릴께요!” 라고 말씀하실 때, 하느님께서는 동료 인간 존재 안에 굳게 현존해 계신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고통만이 전부였던 중풍병자가 은혜롭게도 치유자 예수님과 대면하는 은총을 입게 됩니다.
환우를 향한 가족들의 큰 측은지심, 그리고 반드시 일어나서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한번 살아보겠다는 치유를 향한 환우의 강한 의지가 마침내 기적을 일구어낸 것입니다.
중풍병자는 춥고 어두운 긴 죽음의 터널을 잘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의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평화로이 구원의 창가에 앉아 환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생명의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자비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중풍병자의 죽음 같은 오랜 병고, 그것이 한평생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지만, 끝까지 잘 견딘 결과 이제 참 하느님의 부드러운 구원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육체적, 외적 치유뿐만 아니라 영적, 총체적 치유, 완전한 자유와 해방감, 구원을 이 지상에서부터 체험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질병, 그리고 예기치 않았던 하느님의 개입, 그리고 마침내 은혜로운 치유를 통해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병생활 뿐이었던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 끔찍한 고통을 주시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고통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끝도 없을 것 같은 고통 같지만, 그래서 쉽게 체념하고 쉽게 포기하는 우리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전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우리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셔서 우리를 말끔히 치유시켜주십니다.
하느님 편의 예고 없는 방문, 성령께서 주시는 뜻밖의 선물인 치유의 은총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마음을 활짝 열 필요가 있습니다.
내 병세가 너무 심각해서, 의사도 내놓은 사람이어서,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내게 좋은 일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좋은 것을 주십니다.
눈물을 거두고 하느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똑바로 서기를 바라십니다.
내면과 외면 모두, 육체와 영혼 모두 온전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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