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꾸준한 작은 봉헌과 헌신은 신앙생활의 기본이자 근간입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은혜로운 일이 참 많습니다.
도시에서 사무직에 종사할 때는 조금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모종이나 씨앗을 뿌리면서, 잡초를 뽑거나 예초기를 돌리면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니, 그 안에 얼마나 ‘작은 것들’ ‘소중한 생명’들이 숨어있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물웅덩이에는 벌써 뭔지 모를 작은 알들이 우글우글 거립니다.
적당히 부드러워진 땅속에는 새끼 지렁이들이 꿈틀꿈틀 댑니다.
이웃 밭과의 경계선으로 심어놓은 나무 가지 마다에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보송보송 매달립니다.
바닥에는 아주 작은 노란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오릅니다.
그야말로 여기저기 ‘작은 것’들의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만 타고 다닐 때는, 흙을 손에 묻히지 않고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보지 못할 눈부신 광경입니다.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경제개발 논리, 속도전에 젖어 살아와서 그런지 너무 큰 것, 빠른 것,
대단한 것, 뛰어난 것, 앞서 가는 것만 선호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것, 평범한 것, 소박한 것, 가족적인 것,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과 가치는
어느새 뒷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신앙생활 안에도 많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앙 안에서도 뭔가 대단한 것을 찾아다닙니다.
특별한 분위기만 선호합니다.
말씀 좋고 ‘기도빨’ 세다는 곳만 순례합니다.
본당이나 단체들 강의를 다니면서 절실히 느끼는 바가 하나 있습니다.
특강은 한 번씩 분위기를 바꿔주는 외식이나 간식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명강사라 할지라도 반짝 한번 왔다 가는 것입니다.
특강 한번 듣는다고 뭐가 특별히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 간식이나 외식이 아닌 주식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매일의 미사입니다.
매일의 아침 저녁기도, 이것 역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릅니다.
매일 하루 세 번 바치는 삼종기도, 습관처럼 드리는 묵주기도, 수시로 바치는 화살기도,
매일의 꾸준한 작은 봉헌, 일상적인 십가가의 수용, 이런 것들이 사실 신앙의 기본이자 근간입니다.
여기저기 특별한 곳, 대단한 곳, 신기한 곳, 줄기차게 찾아 다녀봐야 그 끝은 언제나 허탈함이며 공허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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