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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6-10 조회수 : 452

복음: 마태 5,1-12: 참 행복 
 
이 세상에 나보다 더 부족한 사람은 없습니다! 
 
 
나이를 조금 먹게 되니 슬슬 지난 세월을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감지덕지하게도 주님께서는 제게 수도자요 사제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저같이 부족하고 비천한 사람에게 너무나 과분한 은총입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언제나 말단이요 바닥이었는데, 수도자요 사제란 신분만으로
급격한 신분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능력도 경험도 일천한데, 관리자요 책임자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겸손의 덕을 유지했으면 좋았을 텐데, 젊은 혈기에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보잘 것도 없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은연중에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며 부끄럽게 살았습니다. 
 
그랬더니 즉시 위로부터 신호가 오더군요.
주님께서는 강력한 철퇴같은 충격 요법으로 저를 바닥으로 내려치셨습니다.
그 바닥에서 다시 한번 새롭게 시작하도록 혹독한 고통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요즘은 조금 나이도 들었겠다, 쓰라린 체험도 했겠다, 철저하게 제 자신을 낮추며 살고자 노력합니다.
공동체 안에서도 나보다 더 부족한 사람은 없다는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고 형제를 바라봅니다. 
 
신기하게도 자세를 낮추니 세상만사가 은총꺼리들입니다.
밑으로 내려서니 모든 것이 감사거리들입니다.
손에 쥔 것을 놓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 찬찬히 주변을 돌아보니 감사할 일들, 행복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 그 하느님께서 과분하게도 ‘하루’라는 은총의 선물을
지속적으로 주고 계시다는 것, 죄인임에도, 나약함에도, 불충실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기회를 주신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비록 티격태격하지만 홀로 고독에 밥 말아먹으며
외롭게 살아가지 않고 형제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따지고 보니 너무나도 과분한 은총 속에 살아가고 있군요.
그렇다면 얼굴을 활짝 펴야 되겠습니다.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로 살아가야 되겠습니다.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그렇게 살아가야 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을 향해 장엄한 어조로 ‘진복팔단’을 선포하십니다. 
 
천국에 오르는 길 여덟 가지를 아주 쉽고도 명료하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천국에 이르는 길은 소유가 아니라 가난임을, 창이나 칼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임을 선포하십니다. 
 
참된 행복은 축척을 통해서가 아니라 버림을 통해서 온다는 것, 참된 기쁨은 올라감이 아니라
내려섬을 통해서 온다는 것을 설파하십니다. 
 
행복해 죽을 지경인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사람 있으면 한번 나와 봐’라는 얼굴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원인이 뭔지 아십니까?
끝도 없이 올라가기만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올라가서는 절대로 내려오지 않으려고 기를 쓰기 때문입니다.
한번 차지한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또 얼마나 고생들이 많겠습니까? 
 
반면에 폭풍 속 같은 고통의 한 가운데를 지나면서도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원인이 뭔지 아십니까? 밑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낮은 자리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바닥에서 기어 다니니 추락할 위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낮은 곳에 서있으니 심신이 편안해서 그렇습니다. 
 
주님 안에 살기 때문에 그렇게 행복합니다.
주님께 모든 것 맡기고 나니 그렇게 행복합니다.
오직 주님만이 희망이기에 그렇게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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