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4,12-16.22-26:
성체는 우리를 낫게 해줍니다!
성체성혈 대축일에 성체성사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복자 카를 라이스너 신부님(1915~1945)의 생애를 묵상합니다.
생몰 연도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분은 아우슈비츠 못지않게 악랄했던 다하우 강제 수용소에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분의 사제로서의 삶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24살 부제품을 받은 라이스너 부제는 부제품 받자 마자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히게 됩니다.
건강했던 그는 거기서 꽤 긴 기간인 4년간 버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종전을 목전에 두고 몸이 점점 약해지고, 결핵에 걸려 쓰러집니다.
부제의 증언에 따르면 자신이 죽는 것은 아무 미련도 없지만, 사제품을 받지 못하고, 첫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고 안타까움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라이스너 부제는 한 가지 지향을 두고 간절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얼토당토 않은 청이라 여기시겠지만, 혹시라도 제게 사제품과 첫미사의 영광을 주실수는 없겠는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부제의 간절한 청이 하늘에 도달했습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에는 수많은 성직자 수도자들이 갇혀 있었는데, 그 중에 주교님도 한 분 계셨던 것입니다.
부제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 주교님이 부제가 누워있는 방을 찾아와서 사제품 주신 것입니다.
1944년 12월 17일이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라이스너 사제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소원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의 강제 수용소에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병세가 깊어진 부제를 보고 군인들은 그를 가스실로 보내려고 했는데, 병세가 너무나 심각해진 것을 본 군인들은 강제 수용소 밖으로 내보내 굶겨죽이기로 했습니다.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가던 부제는 자신을 싣고 나가던 군인 두명에게 자신이 겪었던 그간의 일들을 말해주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제가 되었지만, 아직도 미사를 단 한번도 드려본 적이 없다.
죽기 전에 미사 한번만 드릴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겠냐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독일군들도 신자였습니다.
그들은 카를 신부를 수용소 밖으로 데려가지 않고 병원의 침실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미사 도구들을 챙겨다 주고 첫미사를 봉헌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죽기 일보 직전 병원 침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카롤 신부는 단 한번의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습관처럼 봉헌하는 미사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 가장 간절한 소원이라는 것, 기억하면, 우리의 미사가 더 간절해져야겠습니다.
우리는 매 미사 때 카롤 신부의 그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한다면 그 미사가 얼마나 은혜롭겠습니까?
“성체성사의 그리스도여! 저는 당신없이는 그 무엇도 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저는 그 무엇도 할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그리스도여! 당신은 저의 안식처요 집입니다!
성체성사의 그리스도요! 저는 오직 당신께만 속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미사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미사에 대한 최우선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까?
성체는 우리를 낫게 해줍니다.
성체는 우리를 예수님과 일치시켜줍니다.
성체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사는 방식을 알게 해줍니다.
성체는 우리에게 형제들에게 자신을 쪼개어 내어주는 능력을 선물합니다.
성체는 우리에게 선으로 악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워줍니다.
성체는 우리에게 자신을 벗어나 밖으로 나갈 용기를 부여합니다.
성체는 우리에게 이웃의 약함에 고개 숙이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우리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고, 눈물을 닦아주며, 모든 이에게 희망과 기쁨의 빵이 되어주는 교회입니다.
매일 예수님께로 돌아갑시다.
성체성사로 돌아갑시다.(프란치스코 교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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