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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25 조회수 : 523

<어린이는 만족하고 순수하고 겸손하다>


어렸을 때 천막을 쳐 놓고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하면서 기이한 쇼를 벌이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짱돌을 맨손으로 격파할 때는 저와 많은 분들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막상 약을 팔 때에는 아이들은 다 밖으로 나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돈이 없으니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웬지 장사에 방해가 될까봐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며칠 뒤 동네 친구 집에 놀러갔더니 한창 부부싸움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그 집 아저씨가 그들이 팔던 약을 비싼 돈을 주고 참 많이도 사 온 것입니다.
당시 제가 들은 액수로도 상당했는데, 시골에서 그런 돈을 주며 그런 약을 샀다는 것이 저도 희한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짐을 싸서 다 떠나버렸는데, 알고 보니 그 약이란 것이 그저 복분자 주스 정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마셔봤는데 그저 달짝지근한 딸기주스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큰돈을 주고라도 맨손으로 돌을 깰 수 있는 힘을 갖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약을 아무리 드셔도 그렇게 튼튼해지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왜 저런 것에 저렇게 쉽게 넘어갈까?’ 궁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어렸지만 그런 속임수를 써서 약을 파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저의 부모님이 사려고 했다면 말리려 했을 것입니다.
아마 그래서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 저도 얼마 전에 소공동체 봉사자들과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상황버섯으로 만든 건강식품을 몇 통 사왔습니다.
그것이 진품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주도 식품 인준 마크가 있으니 진짜겠지요.

그러나 저는 한 통도 제대로 못 먹고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욕심을 내서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샀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옛날의 그 아저씨 생각이 났습니다.
그 아저씨가 자신의 정력을 키우기 위해 그 약을 샀던 것처럼, 저도 제주도 가기 며칠 전 감기를 앓았기에 면역력을 증가시킨다는 말에 뿅 갔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이 세상에서 바라는 것이 많고 그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남자에게는 정력에 좋다고 하고, 여자에게는 피부에 좋다고 하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것으로 만족합니다.
물론 다른 무엇을 살 수 있는 여력도 없습니다. 그저 부모님이 주시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또한 정력을 위해서나 면역력을 증가시킬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들을 바라는 마음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속이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은 그저 지금 이 순간 웃고 떠들며 행복하면 그만이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님이 알아서 다 해 준다고 생각하니 필요한 것도 없고 그래서 사기당할 일도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어린이들처럼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여야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어린이들에겐 거짓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믿지 못하게 되는 때는 우리가 남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이 되면서부터입니다.

내가 남을 속일 수 없는데 남이 어떻게 나를 속인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이 깨끗함 때문에 하느님과 이웃을 쉽게 믿게 되는 것입니다.

저의 동기 신부가 첫영성체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기도를 하는 어린이 손들어보라고 하였더니 단 한명이 들었다고 합니다.

충격을 받은 나머지 첫영성체 어린이 부모 교육 때 부모들에게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도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공부 핑계를 막기 위해서 기도만큼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키워주는 좋은 교육은 없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함께 묵주기도를 하면 처음엔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랫동안 앉아 집중하며 공부하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라고 설득하였습니다.
그날 나왔던 부모님들은 모두 신부님 말이 옳다고 한 마디씩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3주가 지나서 큰 기대를 하고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친구들 있으면 손 들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반대로 전에 들었던 한 명마저도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한 것과 똑 같은 설명을 하며 가정기도를 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3주 후에 손을 들어보라고 하였는데 이번엔 반 정도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을 설득하여 함께 묵주기도를 하였던 것이고, 정말로 그 중에 90%이상이 성적이 올랐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쉽게 믿기 때문에 쉽게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또한 속지 않을 기재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들의 겸손함입니다.

어린이들은 모든 것을 부모에게 물어보고 결정합니다.
우리는 교만해져서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 교만이란 것 때문에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까?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항상 하느님께 여쭈어보고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쉽게 믿기는 하지만 이런 겸손함 때문에 사기당하는 일이 드문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잘 믿으면서도 동시에 속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오히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기에 잘 속고 정작 믿어야 할 것은 믿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린이처럼 하느님나라를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습니다.
아무 것도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어서 부모님께 의존해야 하는 겸손함, 또 거짓말을 하지 않아 쉽게 믿을 수 있는 깨끗함, 이 세상 것에 물들지 않고 그저 받는 것에 만족하기 때문에 하느님나라가 그들의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항상 어린이들을 보며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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