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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21 조회수 : 514

“신부님, 신부님 본당 아이가 그린 그림을 주보에서 보셨어요?”

 

제게 많은 분이 이러한 SNS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주보를 보니까 교구 주보에 어린이들의 그림이 올라와 있는 것입니다. 그중 두 개의 그림이 우리 본당 아이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그림에 저로 보이는 얼굴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서 많은 분이 제게 연락하셨던 것입니다. 기분이 좋았을까요? 아니면 나빴을까요?

 

솔직히 부담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그림의 주제 때문입니다. 그림 주제가 ‘내가 만난 예수님’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그림 속의 인물과 제가 똑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저를 그리면서 예수님을 생각했던 것일까요? 이 점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스스로 너무나도 부족하고 나약한 죄 많은 인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닮겠다고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다짐했지만, 지금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눈에 저를 이렇게 봐주더니 어떻게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이들 눈에서는 신부를 모두 예수님처럼, 수녀를 모두 성모님처럼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함부로 사는 삶이 아닌, 예수님 닮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닮는 삶은 세상의 것을 추구하는 삶이 아닙니다. 고통과 시련을 두려워하면서 하느님의 일을 피하는 삶도 아닙니다. 그런데 고통과 시련은 내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부활이란 커다란 영광입니다. 이 부활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 전에 겪어야 할 수난과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 더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자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 논쟁까지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가장 낮은 위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높은 자리만을 탐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 닮는 삶은 어떤 순간에서도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처럼 낮은 사람 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즉,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예수님 닮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자기를 통해 다른 이에게 예수님을 보여줄 수 있는 겸손한 삶,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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