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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18 조회수 : 579

<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 
 
신앙은 일대일 관계 
 
 
인터넷에 이런저런 고민을 열어놓고 상담하는 내용들 중에 이런 고민을 보았습니다.
한 20대 초반의 여대생인데 학과 공부 보충을 위해 학원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때 30대 초반의 잘생긴 강사분이 오셨습니다.
학생시절엔 다 그렇듯이 같이 배우는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저 샘은 내꺼!”라며 막 쫓아다녔다고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선생님이 멋져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호감이 생긴 김에 이것저것 더 물어보게 되었고 1:1로 남아서 수업을 해 주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저녁때라 자연스럽게 밥과 술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금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 그 선생님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신호가 왔습니다. 
 
수업이 끝나더라도 계속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종강을 하고도 볼일이 있어 근처에 왔으니 함께 밥이나 먹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이 여대생의 마음이 좀 뒤숭숭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을 바랐는지도 모르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치니 고민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지도 아직은 모르겠고, 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볼 것이며, 또 나이차도 너무 많이 나고, 집도 서울과 지방이기에 만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사귀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이 고민에 대해 밑에 사람들이 답글을 달아준 것을 보니,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라는 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그것을 바랐지만 그것이 실제 현실이 되었을 때 겁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미리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에 대해서 깊이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던 상황이 막상 닥치게 되면 당황하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재미로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부담이 분산되지만, 모든 관계란 결국은 1:1로 깊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것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날까지도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1:1의 만남은 엄청난 책임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또한 사람들과 함께 여럿이 만날 때는 부담이 없다가도 어쩌다가 단 둘이 남게 되면 왠지 어색해짐을 느끼게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1:1의 관계에 대해 익숙해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많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예고하시는 예수님께 “그럼 요한은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오지랖이 넓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그에게는 신경 끄고 네 일이나 잘 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역시 베드로도 그리스도와 1:1로서 맺는 관계가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주연의 짐 카비젤은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기 직전 의사로부터 심장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멜 깁슨 감독은 계속 찍을 것이냐고 짐에게 물어봅니다. 
짐은 대답합니다. 
“이것은 저와 하느님과의 관계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우리 또한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쏟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일을 주의하라고 오늘 베드로에게 충고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누구의 덕으로 천국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 날 각자 혼자 일대일로 그분 앞에 서야합니다.
그리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분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 
 
이 세 번의 물음에 대답할 수 있도록 살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누구의 도움도 여기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분의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세 번이나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노라고 또 그래서 하늘나라에서 살 자격이 있다고 대답하기 힘들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분을 많이 사랑했다고 고백하면서도, 막상 그분을 1:1로 만나면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될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부터 나와 그분의 1:1 관계가 자연스러운 삶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판단하고 신경 쓰고 관계 맺는 모든 사람들에게 갖는 우리의 호기심 앞에서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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