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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10 조회수 : 426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니 저도 참 소심했습니다.
쓸데없는 근심•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삶에 여유가 없고 팍팍했습니다.
인생이 늘 우울•울적했고, 긴장초조의 연속이었습니다. 
 
날씨가 흐리면 흐리다고 걱정,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걱정, 시험 잘 못 볼까봐 걱정, 만남의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 혹시라도 내 꿈이 좌절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그리고 어떤 날은 걱정이 없어서 걱정... 
 
‘목숨이 아홉 있다는 고양이조차도 근심 때문에 죽는다.’는 속담이 남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근심 걱정의 연속이었던 어느 잔뜩 흐리고 우울한 날,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다가, 세면대 거울을 들여다봤는데, 정말이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나이보다는 열 살은 더 들어 보이는 아주 낯선 제 얼굴이 거기 들어 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죽기 살기로 대대적인 ‘마음 비우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심호흡에 심호흡을 거듭했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날숨을 내쉴 때 마다, 의식적으로 제 안의 근심거리, 걱정거리들을 강제로 밀어냈습니다.
들숨을 들이쉴 때마다 대기 중에 있는 충만한 성령의 기운을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들이마셨습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지속적으로, 죽기 살기로 비움 작업을 거듭하던 어느 순간, 놀라운 기적이 제 내면 안에서 시작되더군요.
끔찍했던 상처들, 미처 치유되지 못했던 아픈 기억들, 수시로 떠올라 삶을 옥죄이던 트라우마들로부터 아주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기적과도 같이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한 가지 깨달음이 제게 다가왔는데, 정말이지 쓸데없는 데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괜히 오지도 않을 쓸데없는 일에 대한 근심 걱정이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에 종이배 하나 띄워보내 듯, 흘려보내도 될 것들이었는데, 그리고 꼭 붙들고,
끌어안고, 괴로워했다는 뒤늦은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사람들, 동반자이신 성령께 모든 것 내어맡긴 사람들,
보호자이신 성령께 두손 두발 다 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큰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가도 얻을 수 없는 잔잔한 내면의 평화요 은은한 기쁨이요 자유로움입니다 
 
태생적으로 불완전하고 나약한 우리이기에, 우리가 이 세상에서 겪는 근심 걱정,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너그러운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고통과 십자가 근본적으로 결핍된 인간 존재로서 당연이 겪어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고맙게도 근심 걱정과 관련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한 가지 특권이 있습니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그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주님 자비와 은총 안에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매일 선포되는 말씀과 더불어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과분한 성령의 은사 안에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근심은 근심도 아닙니다.
기도 안에 소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 근심입니다.
그리고 그 근심은 머지않아 넘치는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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