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시절 단 순간의 기쁨과 축복, 그거 하나 간직하고 평생을!
시골 살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참 많습니다.
한 가정에 경사가 생기면 너무 기쁜 나머지 만천하에 알립니다.
마을 입구나 사거리 눈에 잘 띄는 곳에다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내겁니다.
'경축 *** 장남 *** 사무관 승진'
최근에는 정말 기쁜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면민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진정한 애국자 *** 득남!'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해 면주민 모두가 기뻐하는데 당사자인 부모나 가족은 얼마나 더 기쁘겠습니까?
물론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시키는 과정에서 앞으로 겪게 될 고초나 상처도 만만치 않겠지만, 탄생의 기쁨, 존재에 대한 기쁨을 마음 깊이 간직한 채 평생을 기쁘게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시절 단 순간의 기쁨과 축복, 그거 하나 간직하고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
성모님의 생애도 그랬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잉태와 출산, 양육과 동반 과정에서 마리아가 겪었던 고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당신의 태중에 모시고 있던 분, 당신의 몸을 통해 탄생하신 분, 당신 가슴을 통해 양육하신 아기가 인류를 구원하실 메시아임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 기쁨, 그 영광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성모님 역시 좋았던 그 시절의 기쁨과 행복을 마음 깊이 간직한 채 평생을 기쁘게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돌출 발언으로 속상할 때도,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참혹하게 돌아가실 때에도 그 좋았던 첫순간의 추억을 회상하며 기꺼이 견뎌내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고, 그 이후 그분께서는 우리 안에 계속 머물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내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은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습니다.
남아있는 우리의 지상 여정은 당연히 감사와 기쁨의 나날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축복 속에서도 기뻐해야겠지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통과 시련, 역경과 상처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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