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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5-07 조회수 : 559

예수 승천은 아버지의 역할을 명확히 드러낸다  
 
 
저는 본당에서 모든 일을 신자들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큰 방향만 제시합니다.
그러면 신자분들은 매우 어려워합니다.
그동안 일일이 지시만 받아오던 삶에 익숙해져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가장 편하지만, 동시에 가장 힘들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지시해 달라고. 그러면 제가 하는 노력의 효과가 반감됩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교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늘로 올라가신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확신합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 보면 무서운 아버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무서운 아버지들 밑에 자라는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있습니다.
엄마를 그리워해서인지 아이가 엄마 젖처럼 부드러운 것만 찾아서 소의 등골을 날로 먹는 것은 좋아하지만, 밥은 먹지 못합니다.
혹은 돈은 벌어주지만, 아이들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아버지도 나옵니다.
아이들은 숨을 못 쉽니다.  
 
왜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면 아이들이 엇나갈까요? 아버지의 관심은 엄마의 관심보다
아이들에게 견딜 수 없는 짐이 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돈으로 산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 돈을 버는 이가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말할 때 그 무게는 엄마가 하는 말보다 훨씬
큽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자신에게 주는 밥이 아버지의 돈으로 차린 것임을 압니다.
그래서 엄마가 잔소리해도 어차피 같은 아버지의 돈으로 사는 사람으로 여기니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는 말은 그 무게가 사뭇 다른 것입니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재정적 도움을 어머니는 자신의 것으로 녹여서 자녀들에게 줍니다.
그러면 자녀들이 그것으로 성장합니다.
반면 어머니의 역할을 배제한 채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직접 관여하면 자녀들은 성장을 멈춥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게 더 낫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예수님은 어머니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땅에 살며 자녀를 키웁니다.
반면 아버지는 하늘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녀들 마음이 평안합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돈을 벌 때 자녀들에게 평화를 주고 어머니는 땅에서 자녀들과 머물 때 평화를 줍니다.
평화를 빼앗기면 자녀는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예수님은 이제 교회라는 어머니에게 우리를 맡기고 하늘로 올라가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서양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사라져주는 것이다.”
히틀러는 무서운 아버지 밑에서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몸은 자랐지만, 사랑의 마음은 자라지 못했던 것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훌륭한 작품들이 나오게 되었을 때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였습니다.
엄한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고흐는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나가자 숨어있던 예술 본능이 깨어났습니다.
자라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버지는 하늘에, 어머니는 땅에 머물며 자녀를 키워야 하는 이 신비를 가정이나 성당에서
적용하지 못하면 우리가 키우려는 자녀의 열매는 낭패를 보게 되어 있습니다.
하늘로 승천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역할을 되새겨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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