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은 어떤 길입니까?
젊은 시절 산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것도 높고 험준한 산을. 한번은 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눈도 내리고 있고, 시간적 여유도 없고, 안전하게 올라온 길로 신속히 내려가는 게 상책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객기가 발동했습니다.
내 사전에 올라온 길로 내려가는 법은 없다며 홀로 능선을 타고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에 어느 정도 능선을 타고 가다 보면 머지않아 옆으로 빠져 내려가는 길이 있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가도 가도 능선만 이어졌습니다.
눈송이는 점점 더 커져 함박눈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러다 얼어 죽겠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능선 타기를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길도 아닌 길고 긴 계곡을 타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죽을 고생 끝에 동사 및 아사 일보 직전, 그것도 심야에 겨우겨우 한 민가에 도착했습니다.
기진맥진해 한 집 문을 두드리다가 간첩으로 오해받아 경위 조사까지 받고 귀가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추구하는 길도 길이 아닌 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지 말아야 할 길, 가면 ‘개고생’이 분명한 길, 멸망으로 가는 길, 인생 종치는 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오늘 우리네 인생에서 돈이나 명예, 권위나 자리만이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된 것은 아닌지요?
사실 돈이라는 것은 돌고 돈다 해서 돈이 아닌가요?
없다가도 생기는 것, 목돈 좀 손에 쥐었다 하면 어느새 손에 쥔 한 줌 모래알처럼 빠져 나가버리는 것이 돈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차지하게 되는 권한이나 직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맡겨진 임기가 채워지면,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물려주고 내려와야 할 부초나 뜬구름같이 허망한 별 것 아닌 자리입니다.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은 어떤 길입니까?
결국 우리가 선택할 최종적인 길, 진리와 생명의 길은 예수님께서 먼저 올라가셨던 길입니다.
정말 가기 싫었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니 올라갔던 예루살렘 언덕길입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해서 생각하기도 싫은 길이었지만 아버지께서 계획하셨으니 올라갔던 골고타 언덕길입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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