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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4-09 조회수 : 561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복음: 요한 3,7ㄱ.8-15

<피, 새로 태어나게 하는 힘>


독일의 화가이며 조각가인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errer, 1471-1528)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의 르네상스 시대 화가로서 독일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이전 독일 화폐에 그려져 있던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뉴른베르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기도하는 손’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기도하는 손’에는 위대한 사랑과 우정이 깃든 감동적인 사연이 함께 전해져 내려옵니다.

뒤러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워낙 가난하여 자신의 재능을 불태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침울한 소년기를 보낸 뒤러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이 둘은 더 큰 도시로 나가 정식적으로 그림을 배워볼 결심을 하고 낯선 지방으로 가게 되었지만 도시는 그들에게 먹을 것도 잠을 잘 자리도 제공해주지 않았습니다.
둘이 가져온 돈도 다 떨어지자 둘은 더 이상 도시에서 버틸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둘 다 공부를 못할 것이니 한 사람이 공부하는 동안 한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여 뒷바라지를 하고, 학업이 끝나면 서로 교대하여 공부하자고 제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뒤러의 친구는 삼류식당에 뛰어들어 먼저 취업을 했고 그 친구가 힘들게 번 돈으로 공부를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뒤러의 첫 그림이 팔리던 순간 친구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그림은 친구의 피로 탄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돈을 들고 친구가 근무하는 식당으로 뛰어갔습니다.

캄캄한 친구의 주방을 들어서려는 순간 뒤러는 문틈으로 친구가 방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뼈마디가 굵어지고 거칠어진 두 손을 함께 모으고 뒤러를 위해 진실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뒤러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에는 부적절하게 변해버린 친구의 두 모은 손을 기억에 담아 그렇게 ‘기도하는 손’을 그리게 된 것입니다.

알브레이트 뒤러는 문학에서의 괴테와 함께 독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그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뒤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또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세상의 진리입니다.
누군가의 노력 없이 건물이 지어지거나 예술품이 생겨날 수 없습니다.
새로 무엇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피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천민이었지만 사무라이가 된 이야기를 여러 번 한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훈련을 받다가 그리고 귀족 훈련생들 때문에 몇 번이고 뛰쳐나가고 싶을 때마다 성 기둥 안에 있는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죽었지만 그 기둥 속에서 아들에게 끊임없이 힘을 주고 계셨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소년은 그 기둥 안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받고 끝까지 버티어 훌륭한 사무라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죽는 것은 에너지를 배출합니다.
가장 큰 에너지는 누군가를 사랑하여 자신을 희생할 때입니다.
이 사랑을 위한 희생만이 누군가를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니코데모는 새로 태어나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스승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느냐고 하십니다.
세상에서도 무언가 새로 태어나게 하려면 피를 흘려야 하는데 어찌 하늘의 이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당신의 죽음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결국 우리를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의 피의 대가로 우리가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란 예언인 것입니다.
니코데모는 실제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며 흘리신 피로써 새로 태어나 이젠 자신의 가진 권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리마테아의 요셉과 함께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안장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도 누군가 새로 태어나려면 또 다른 누군가의 피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위로부터 새로 나는 것도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서입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태어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무라이가 되고 싶었던 아이가 기둥 안에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셨다는 것을 믿어야 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기 위해 죽으셨음을 믿어야 합니다.

믿기만 한다면 그분의 피를 통해서 우리가 새로 태어나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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