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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31 조회수 : 416

우리는 오늘 무엇에 죽고 어떻게 부활할 것입니까? 
 
 
참으로 감사하고 은혜로운 부활 성야입니다.
영광스러운 주님 부활, 그러나 한 마리 나비처럼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예수님 부활 사건입니다. 
 
저는 이번 부활 시기, 구체적인 제 삶 속에서, 공동체 생활 안에서 주님 부활의 흔적을 찾고, 느껴보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해봤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넉넉한 고장 태안에 내려와 산지 벌써 만 4년이 지나갑니다.
막 도착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도착하자마자 팬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약되어 있던 피정 센터 모든 스케줄이 백 퍼센트 취소되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집합 금지 명령까지 내려져 피정객들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물 싸이즈가 큰 관계로 한 달 전기세가 나왔는데,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니, 한때 관구에서는 폐업뿐만 아니라 매각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는 그게 무슨 소리냐? 수많은 청소년들이 다녀간 오라토리오요, 많은 살레시안들의 땀과 눈물이 흩뿌려진 성지 같은 내리를 어떻게 포기하냐?
절대 그럴 수는 없다며,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길을 찾았습니다.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용기를 내서 피정객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딱 한 분이 피정을 오셨습니다.
그러다가 두분, 세분,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네명 미만은 가능하니, 여기 네 명 저기 네 명, 저 건너편에 네 명, 또 다른 쪽에 네 명... 
 
그런 노력의 결과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아무런 경제적 타격을 입지 않고, 피정 센터는 잘 돌아갔습니다.
오히려 흑자를 내서 선교 기금이나 양성 기금으로 기여를 했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도 정말이지 하느님께, 또 멀리서 찾아오신 교우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는 태안읍에서도 50분이나 더 들어와야 하는, 오지입니다만, 이 외딴 곳의 시골 성당을 꽉 채워서 부활 성야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 너무나 큰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바로 이런 우리 공동체의 모습에서 주님 부활의 확실한 표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때 메말라가고 죽어가던 저희 공동체였지만, 형제들의 헌신과 희생, 많은 교우들의 기도와 협조 덕분에 다시 맥박이 뛰기 시작했고, 생기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주님 부활의 흔적은 바로 우리가 매일 몸담고 살아가는 공동체, 특별히 내 안에서 발견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 지난 수도 여정을 되돌아볼 때마다 저는 언제나 깊은 감사의 정을 느낍니다.
한때 저는 살아있었지만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모두 다 빠져나가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동체에 그 어떤 기여도 할수 없었고, 제 존재 자체가 형제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속상하고,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숨만 쉬고 있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세상 나 혼자뿐이로구나, 이제 내 인생 끝이로구나, 하고 좌절하고 살아가던 그때
한 존재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셨고, 무한한 인내심과 배려로 저를 일으켜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은 저를 죽음에서 부활시키기 위해 주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였습니다.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분께서도 한때 저와 비슷한 체험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보고 큰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대담 프로그램 중에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황님 생애 중에 가장 힘들고 어두웠던 순간, 하느님이 대체 계시긴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였습니까? 
 
교황님께서는 즉시 이런 대답을 하셨습니다. 
 
“예수회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구장 직무를 끝내고 나서였습니다.
1983년부터 1992년까지 만 9년 동안 황폐한 시기가 계속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코르도바로 유배되었던 그 순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주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그때 깊은 패배감에 젖어 이미 제가 죽었다고 믿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다보니 기도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기도했습니다.
부단히 하느님께 나를 맡겼고, 용서를 구했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특별히 감실 앞에 드리던 기도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님 부활을 경축하고 계시는 교우분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다른 먼 곳이 아니라 우리 삶 안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노력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죽음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것입니다.
나를 막고 있는 죽음의 큰 돌을 굴려내는 일입니다. 
 
매일 우리가 접하는 인간 관계 안에서 누군가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측면의 죽음입니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서 수시로 분노하고 마음의 평정심을 잃는다면, 그것은 아직도 내가 죽음에 머물러 있다는 표시입니다. 
 
오늘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향해서도 부단히 죽고 부활하고, 죽고 부활할 것을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나는 오늘 무엇에 죽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지 성찰해보는 부활성야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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