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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8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28 조회수 : 440

복음: 요한 13,1-15: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교회는 주님 만찬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한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다. 제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이 만찬을 미사로 재현한다. 탈출기에서는 야훼 하느님을 공경하기 위한 파스카, 즉, 죽음의 재앙이 건너간다는 과월의 축제로, 이를 영원한 법으로 삼아 대축일로 지내라고 하신다. 사도 바울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주님께서 최후 만찬 때에 행하신 성체 성혈의 의미와 그 의식을 우리가 행하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누룩이 들어있지 않은 밀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축성되는 이 신비를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1절) 예수님께서 건너가심은 세상에 계실 때, 하느님의 고귀함을 벗고 겸손한 모습을 취하셨으며, 우리에게 맞추어 당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말씀이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신다는 말씀이다. 즉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필리 2,7) 우리와 함께 계시던 분이 당신의 충만함(참조: 콜로 1,19; 에페 1,23)으로 돌아가신다는 의미이다. 제자들을 곧 떠나야 할 때가 오자 예수님은 그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보여주신다. 그분은 그 일로 그들의 사랑이 더욱 커지고 거기에서 위로를 받아 그들이 장차 닥칠 끔찍한 일들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신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1절) 여기서 끝까지는 그리스도다움을 뜻한다. 그분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제자들을 사랑하셨다. 
 
이 사랑은 만찬 때, 악마가 이미 유다의 마음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은 후에 표현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3절)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4절).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5절). 말씀이신 분, 모든 것을 쥐고 계시는 분으로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는 분이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시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으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려고 무릎을 굽히셨다. 예수님의 이 모든 일은 그분의 겸손을 드러내고 있다.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두르시고 대야에 물을 손수 부으셨다. 어떤 좋은 일을 할 때는 겉으로만 보이는 행동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르셨을 때, 베드로는 예수님의 그 행위를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황송했다. 그래서 당황해하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7절) 베드로는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8절) 한다. 예수님은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8절) 베드로가 나중에 알게 되는 신비는 그들의 발은 곧 기쁜 소식을 전할 발이므로 그 발을 씻고 당신 허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닦음으로써 아름답게 만드신 것이다. 이제 그들은 “나는 길이요”(요한 14,6)라고 하신 분께로 갈 수 있게 되었고, 또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깨끗한 발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도록 아름답게, 제자들을 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비를 아직은 깨닫지 못하지만, 나중에 그것을 알고 나면 그 신비를 깨닫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하신 것이다. 베드로는 그 말씀을 듣고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9절) 하자 예수께서는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10절)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유다의 발도 씻어 주셨다. 예수님은 그를 다른 제자들처럼 영예롭게 대하시며 그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러나 유다는 발을 씻어 주시는 그 사랑을 십자가의 못으로 갚아드리고 만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나서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12절) 하신다. 그리고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14절) 예수님은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발을, 주인으로서 종들의 발을 씻어 주셨다. 다른 사람의 발을 씻어 주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더러움도 씻는 것이다. 형제의 발 앞에 몸을 숙일 때, 겸손해지며 더욱 확고해진다. 이 겸손으로 교만해지려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15절) 예수께서 먼저 당신의 모습이 사랑하고 봉사하는 모습이므로 우리는 예수님을 닮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자세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하느님께 가까이 간다고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웃으로부터 멀리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더 가까이할 때이다. 
 
이제 성체성사를 세우신 이 거룩한 밤에 이 제대에서부터 시작하여 천상 식탁에 앉을 때까지 당신의 말씀과 생명으로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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