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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14 조회수 : 620

요한 5,31-47 
 
내가 누구인지는 이것으로만 증명된다  
 
 
영화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는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삶과 모험을 연대기로 기록한 논픽션 책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크리스토퍼는 워싱턴 D.C.의 부유한 교외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재능 있는 학생이자 운동선수지만, 그의 가족의 물질주의적인 생활 방식과 그들의 표면 관계 아래에서 긴장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사실 그의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외도로 생기게 된 아들입니다.
그는 실력으로 아들의 자격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 1990년 에모리 대학교까지 졸업한 후 맥캔들리스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아버지에게 받은 24,000달러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끊고 참 ‘자유’ 찾아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의 목적지는 알래스카고 자연과 하나 되는 삶입니다.
그는 시간과 돈, 경쟁에 얽매이지 않는 자연이 가장 자유롭다고 여겼습니다.  
 
여행 중 자유를 향한 그의 탐구와 자연 세계와의 강렬한 연결에 감동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우스다코타에서 곡물 엘리베이터 운영자를 위해 일했지만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떠나고, 자기 부모처럼 떠나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집시 아주머니도 만나고 또 만납니다.
그리고 자기를 양자로 삼고 싶어 하는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도 만납니다.
그러나 그는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1992년 4월, 맥캔들리스는 알래스카에 도착해 버려진 버스(Fairbanks 버스 142번)에 캠프를 세웠습니다.
그는 땅에서 살아가고, 작은 사냥감을 사냥하고, 식용 식물을 찾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일기에 기록하려고 시도합니다. 
 
여름이 진행됨에 따라 식량이 고갈되어 갑니다. 실수로 독초를 먹게 되어 몸이 약해지고 식량을 모을 수 없게 되면서 그의 상황은 더욱 악화합니다.
눈이 녹아 불어난 강 때문에 빠져나갈 수도 없게 된 그는 죽음을 직감하고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라는 글을 남기고 버스 안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그의 사망 4개월 후였습니다.  
 
사람은 꼭 일해야만 살수 있을까요? 맥캔들리스처럼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맥캔들리스는 꼭 일해야만 관계가 유지되는 세상을 등지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아내는 자녀를 키워야 하며 자녀는 부모의 기대대로
공부해야 합니다.
일하지 않으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맥캔들리스가 깨달은 것은 결국 일해야 행복이 실현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가 일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는 자기 자유를 위해 일하였습니다.
결국 자연이라는 공간에 갇혀버렸지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증명하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당신이 하시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다.”
성경 또한 당신이 하시게 될 일들을 증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에덴동산의 가죽옷이 되기 위해,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집안을 구원할 어린 양이 되기 위해,
광야에서 불만에 찬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끝까지 갈 힘을 주기 위한 구리뱀이 되기 위해서 예수님은 수난 하셔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로 가심이 바로 성경에서도 증명하는 메시아의 일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성경은 외우다시피 하면서도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일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아버지께 고소하리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 온 모세이다.
너희가 모세를 믿었더라면 나를 믿었을 것이다.
그가 나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두 어린 딸을 잃고 심한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막내아들은 아빠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 배를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아빠는 겨우 몸을 추슬러 물에 뜨는 작은 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배를 만드는 세 시간 동안 우울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을.  
 
사제는 미사와 고해성사를 해야 하고 의사는 치료를, 선생님은 가르쳐야 합니다.
일하지 않으면 정체성을 잃습니다.
반대로 일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합니다.
내가 누구인가는 결국 내가 하는 일로 결정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고 한다면 그분의 일을 할 것입니다.
그 일이란 이웃의 행복을 위해 작은 배 하나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 자녀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감정의 평화를 얻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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