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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09 조회수 : 472
예수님께서는 겉으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사람의 내면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십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 앞에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눠졌습니다.
속시원한 사이다 같은 거침없는 언변,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부드러운 시선, 세리 죄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파격적인 모습에 많는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해도 해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앞서가는 예수님의 모습에 전통주의자들, 보수주의자들,
율법주의자들, 바리사이들은 심기가 무척 불편해졌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에 거슬렸습니다. 
 
예수님 시대 세리와 창녀, 죄인들은 하느님을 등지고 살아가던 사람들은 하느님과 가장 멀리 떨어져 살던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구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 인간도 아닌 인간, 상종하지 말아야 할 족속들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온 세리가 기둥 뒤에 숨어서 기도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사실 세리나 창녀들은 하느님과 율법을 떠나서 살았기에 교회 공동체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눈에 띌까봐 창피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서 성전에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다들 예수님 가까이 다가온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잘 먹혀들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하던 당시 사제들의 설교와는 질적으로 달랐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장황하고 지루하기만 하던 당대 율법학자들의 강의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우선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미로웠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들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말씀을 듣고 있던 군중들은 깊은 감동으로 큰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곧 기쁨과 희망의 에너지였습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을 회개와 새 생활로 안내했습니다.
그분의 말씀으로 인해 자신들의 눈앞에서 구원이 이루어지고 일시적으로나마 하느님 나라가 도래한 것을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이런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면서 마침내 하느님과 담을 쌓고 지내던 세리와 창녀, 죄인들에게까지 전해졌던 것입니다. 
 
당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하류 인생들이 줄지어 당신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본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 생각합니다.
저 같았으면 엄청 두려웠을 것입니다. 
 
다들 한 가닥씩 하던 사람들입니다. 얼굴도 험악합니다.
굵은 팔뚝 여기저기에는 문신들이 가득합니다.
입만 열면 갖은 욕설이 난무합니다.
저 같았으면 서둘러 자리를 끝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저처럼 겉만 보지 않으시고 그들의 내면을 바라보십니다.
그들의 상처 투성이 뿐인 과거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십니다. 
 
나름 한번 새출발해보겠다고,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 보겠다고 발버둥 쳤던 지난날을 바라보십니다.
그간 세상 사람들로부터 갖은 멸시와 따가운 눈초리를 바라보십니다.
어쩔 수 없었던 상황들을 눈여겨 보십니다. 
 
그러고 나서 보여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정말이지 깜짝 놀라 기절초풍할 정도입니다.
세리와 창녀, 죄인들과 반갑게 인사하시고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십니다.
그들과 함께 회식을 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과 온전히 하나 되신 것, 그들의 친구가 되신 것입니다. 
 
세리와 죄인들을 완전 무장해제 시킨 예수님께서 드디어 한 말씀 던지시는데, 그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세리와 죄인들 더 감동시킵니다.
저 같았으면 이랬을 것입니다.
“자네들 이제 그런 짓 그만하고 새 출발해야지!”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신의 솔직한 마음을 열어 보이십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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