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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2-26 조회수 : 520

루카 6,36-38 
 
단죄와 심판은 오로지 하느님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저 용서하고 또 용서할 뿐입니다. 
 
 
사순절을 지내며 십자가상 예수님의 모습을 자주 묵상하게 됩니다.
활기찬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의 모습도 감동적이지만, 십자가 상 예수님의 모습역시 그에 못지않게 감동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의 그 끔찍하고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명언 몇가지를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이른바 가상칠언(架上七言)이라고도 합니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오 복음 27장 46절)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복음 22장 34절)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복음 23장 43절)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복음 23장 46절)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복음 19장 26~27절)
“목마르다.”(요한 복음 19장 28절)
“다 이루어졌다.”(요한 복음 19장 30절) 
 
여러 말씀 가운데 오늘은 용서에 관한 예수님 말씀이 제 마음에 큰 반향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복음 22장 34절) 
 
그토록 고통스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저런 말씀이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참으로 놀랍니다.
그 순간 저 말씀이 예수님 입에서 나온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 아니시라면 도저히 저런 표현을 하실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만일 십자가상 예수님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묵상해봅니다.
욱하기 잘하고, 한 성깔 하는 제가 도저히 그냥 넘길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선 하느님 아버지께 따졌을 것입니다. 
 
“아버지, 아무리 인류 구원 사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저 인간들 하는 행동 한번 보십시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습니까?
인간으로서 저게 할 짓입니까?
저는 저들의 치유와 구원, 행복과 영생을 위해 이 한 목숨 불살랐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세상에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습니까?
무죄한 저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것도 모지라 저를 조롱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무리 바쁘시다 할지라도 제게 딱 3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저 녀석들 제대로 손 좀 보고 다시 십자가 위로 올라오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철저히 함구하십니다. 철저히 침묵하십니다.
인간들의 무자비한 악행 앞에서도 보복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하느님 아버지께 적대자들의 용서를 청하셨습니다.
참으로 크고도 놀라운 예수님의 인내요 사랑입니다. 
 
오늘 다시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단죄와 심판은 오로지 하느님의 몫입니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그저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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