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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2-17 조회수 : 699

복음: 루카 5,27ㄴ-32 
 
가장 완벽하고 손쉬운 겸손의 길 
 
 
어느 날 성 프란치스코의 제자가 기도 중에 하늘나라를 보았습니다.
하늘나라 가장 높은 곳에 비어있는 멋진 보좌가 있었습니다.
그는 천사에게 저 의자가 누구의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천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게 누구냐고 묻자 천사는 “당신의 스승인 프란치스코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도를 마친 제자가 프란치스코의 겸손을 시험하고 싶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선생님을 성인이라 부릅니다.
세상에 분명 악한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세상에서 선생님이 제일 악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건 자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라네. 내가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이 받았다면 누구든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네.”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8,14)라고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도 분명 높은 이가 있고 낮은 이가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높은 사람으로 살려면 이 세상에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낮추려고 해도 나보다 못 사는 사람들이 항상 눈에 띕니다.
그래서 내 자신이 그들보다 더 악하다고 말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거짓처럼 여겨집니다. 
이렇게 낮아지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높아지기는커녕 구원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누구를 부르셔야 하는지 아십니다. 겸손한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그 사람이 세관일을 하고 있는 레위라는 사람입니다. 
 
그가 왜 겸손한 사람일까요? 어쩌면 그의 이름에 해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레위란 이름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중 사제의 일을 맡기신 지파의 이름입니다.
레위는 이름 자체로는 사제의 일을 해야 하는데 누가 봐도 죄인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사제여야 하는 것을 아는데 죄만 짓고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이 사람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신이 죄인임을 잘 압니다. 
 
반면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행동으로는 올바르게 살고 있었을지는 모르나 자신이 누구여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그저 신앙인의 수준으로 잘 살고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다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믿는 것이 교만이라 여겼던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려주셨음에도 받아들이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겸손해지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인간의 수준으로는 잘 살고 있는데 굳이 하느님의 자녀로 믿어서 부족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의인인 인간이 되고 싶었지 죄인인 하느님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죄인을 부르러 오신 분께로부터 제외되었습니다. 
 
겸손해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누구여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라고 하실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죄인은 바로 자신이 하느님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치고 이웃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남을 판단할 만큼 온전하게 살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죄인임을 알게 됩니다. 오직 이 믿음만이 나를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태리 어느 시골에 마리오와 안셀모라는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마리오는 위대한 설교가가 될 꿈을 안고 수도원에 들어와 사제가 되었습니다.
반면 안셀모는 같은 수도원의 평수사로 살았습니다. 
 
마리오는 사제품을 받고 첫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안셀모는 친구를 축하해주며 “항상 너의 사제직을 위해 기도할게.”라고 약속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마리오는 교회의 저명한 설교가가 되었고 안셀모는 수도원의 궂은 일을 하며 나이가 들어갔습니다. 마리오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안셀모가 떠올라 기도를 청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셀모는 그날 새벽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마리오는 안셀모의 시신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수도원 원장이 마리오에게 물었습니다. 
 
“위대한 설교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는가?”
“아닙니다. 안셀모처럼 겸손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겸손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무언가 되려고 발버둥치지 않을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이미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겸손은 내가 주님의 종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내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고 그래서 하느님임을 알면 그 주어진 본성 때문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완벽한 겸손의 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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