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6,1-6.16-18
사심 없는 자선의 실천과 깊이 있는 골방 기도와 보다 진정성 있는 단식!
전례력이 돌고 돌아 또다시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 미사 중에 사제는 축복한 재를 교우들의 머리에 얹으며 이렇게 외칩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은 생각하여라.”
재를 머리에 얹은 교우들은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주님, 저의 죄악을 없애소서.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머리에 재를 얹는 이유는 사제의 외침 안에 잘 들어 있습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우리 인간 존재는 참으로 특별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상반되고 모순된 존재입니다.
극단의 양면성을 지닙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이 세상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지닌 품위나 능력, 지혜와 지식, 이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찬란한 문화나 예술, 최첨단 과학, 창출한 제반 결과물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얼마나 인간 존재는 얼마나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인지 또 한번 놀랍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난다 긴다 하던 대단한 인물들도 숨 한번 끊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의 초라한 육신은 불더미 속으로 직행하며, 순식간에 한 줌 재로 변합니다.
오늘 다시 머리에 재를 얹으며 대체 무엇을 참회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성찰해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한 마태오 복음은 세 가지 측면에서의 참회로 초대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크나큰 자비와 사랑, 끝도 없는 용서에 우리는 응답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심 없는 자선의 실천입니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님과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분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서먹서먹해집니다.
다시 한번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진실한 기도가 필요합니다.
위선자들의 길거리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과 나 둘 사이에 사랑의 밀어를 주고받는 골방 기도가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혹독한 고통을 겪고 있고 사무친 슬픔에 대성통곡하고 있는데 옆에서 희희낙락하고 있다면, 아니면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게 어찌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사순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파스카 신비 안으로 깊이 몰입하는 순간입니다.
이 시기 우리는 수난 복음을 자주 읽으면서, 인류 구원을 위한 속죄양으로서 그분께서 겪으셨던 고통과 희생, 수모와 치욕을 깊이 묵상하면서, 작게나마 동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 단식인 것입니다.
또다시 맞이한 사순 시기, 사심 없는 자선의 실천과 깊이 있는 골방 기도와 보다 진정성 있는 단식으로 보다 의미 있게 이 기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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