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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6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2-06 조회수 : 715

복음: 마르 7,1-13 
 
몸도 깨끗이 씻지만, 마음도 깨끗이 씻어야겠습니다! 
 
 
유다인들은 예로부터 유달리 위생 관념이 철저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료 수준이 극히 낙후되어 있던 시절, 수시로 전염병이 창궐했었는데, 제대로 된 치료제도 없다 보니, 그저 씻고 또 씻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시로서는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팬데믹 시대를 지나오면서, 어찌 보면 유다인들이 시대를 앞서 살았던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들이 그토록 목숨걸고 소중히 여기며 강조했던 손이나 몸을 씻는 예식, 그릇이나 제구를 씻는 예식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정결례는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이었습니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정결함은 필수였습니다. 특히 제사에 앞서 정결함은 크게 강조되었습니다.
정결하지 못한 사람은 의식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제나 레위인들은 하느님께 번제를 드리기 전, 반드시 정결함을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따지고 보니 정결례, 참으로 유익한 것이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으로서 합당히 지녀야 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매사에 과함은 부족함만 못합니다.
정결례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세심주의는 사람을 꼼짝 달싹 못하게 만들었으며, 세부 규정에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정결례의 정신, 곧 하느님 사랑, 그리고 하느님의 모상인 이웃 사랑을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셨던 분, 지극히 자유로운 분이셨던 예수님 눈에 유다인들의 과도한 정결례 준수가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지극히 서민적인데다가 파격적이셨던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보란 듯이 일부러 정결례를
무시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제자들도 스승님을 따라 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목숨 걸고 준수하는 정결례를 밥 먹듯이 파기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에 심기가 불편해진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볼맨소리로 따졌습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정결례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거룩하신 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그분의 자녀로서 당연히 거룩해야 마땅합니다.
특히 우리가 그분 앞에 나아갈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분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서 거룩하고 정결한 몸과 마음은 필수입니다. 
 
몸도 깨끗이 씻지만, 마음도 깨끗이 씻어야겠습니다.
잔도 씻고 제구도 씻지만, 우리 영혼도 거듭 정화시켜야 하겠습니다.
내 탓이라고, 가슴도 크게 치지만, 마음을 찢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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