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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2-02 조회수 : 577

 

한 남자가 약속 장소를 향해 서둘러 운전해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의 차가 거의 거북이 수준입니다. 경적을 울리고 헤드라이트를 깜빡여도 속도를 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침내 자제력을 잃고 화를 내려는 순간, 차 뒤에 부착된 작은 스티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장애인 운전자입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조급함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화냈던 것이 미안했고, 그래서 오히려 그 차의 운전자를 보호해 주고 싶어졌습니다. 이제는 약속 시간에 조금 늦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각자 나름의 이유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고 말입니다. 앞선 이야기의 남자도 가까이 다가선 다음에야 뒤에 붙인 스티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다가가야 그 마음의 스티커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운전 면허를 취득한 뒤, 동창 신부 차로 운전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창 신부는 운전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서 무언가를 가지고 왔습니다. A4용지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글씨 ‘왕초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종이를 눈에 잘 띄는 청색 테이프로 돌려 붙였습니다. 창피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하니, 그래야 다른 운전자들이 배려해 준다는 것입니다. 초보운전인 줄 모르고 “왜 저렇게 운전하는 거야?”라며 화를 낸다면, 그를 죄짓게 하는 것이 아닐지 싶어서 창피해도 붙이고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화낼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의 스티커를 봐야 하고, 동시에 나의 감정 스티커를 상대에게 보이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함께 사는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열병으로 누워 있는 시몬의 장모를 찾아가셔서 손을 잡아 일으키니 열이 가십니다. 사위가 가족을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돌고 있으니, 화병이 날 만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찾아가셔서 손을 잡아 일으키십니다. 바로 장모의 마음을 보신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다른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 역시 예수님 앞으로 나옵니다. 그들 마음을 보시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십니다. 즉, 병을 고쳐 주고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이렇게 전하셨습니다. 마음을 보고 함께하면서 기쁜 소식이 선포된 것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에 기쁜 소식을 알려야 합니다.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요. 복음 선포만이 주님의 마음을 보고 주님과 함께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와 같이 우리 역시 복음에 동참해야 합니다.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마음에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나는 성공하는 것보다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존 맥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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