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 4,1-20: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3절) 그분은 믿음의 말씀을 뿌리기 위해 나오셨다. 당신의 가르침은 씨요, 인간은 밭이며, 당신 자신은 씨 뿌리는 사람이라 하신다.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3절) 씨 뿌리는 사람은 골고루 구별 없이 밭에 씨를 뿌리듯 주님께서도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모든 이에게 말씀이라는 선물을 주신다(로마 5,15 참조). 그런데 인간은 그 씨앗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씨 뿌리는 사람의 탓이 아니라, 씨를 받아들이는 땅, 곧 듣기를 거부하는 사람의 탓이다. 인간이라는 밭이 어떠냐에 그 결실이 달려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씨 뿌리는 분 탓이 아니라,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자들의 탓이다.
돌밭에 떨어진 씨앗은 싹은 돋았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뿌리가 없어 말라버렸다고 한다. 싹이 말라버린 것은 뜨거운 열 때문이 아니라,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6절) 이런 사람들은 길에 떨어진 씨처럼 마음이 거칠고 무심하고 부주의하다. 돌밭에 떨어진 사람들은 나약함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이다.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7절) 하느님의 말씀이 숨 막혀 버렸다면, 그것은 가시 때문이 아니라, 가시덤불을 그냥 내버려 두는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가시덤불이 자라지 못하게 막고, 우리의 재물을 쓸모 있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 걱정이라 했고, 재물의 유혹이라 했다(19절). 세상과 재물을 탓하지 말고 타락한 의지를 탓해야 한다.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8절) 땅도 좋고, 씨 뿌리는 분도 한 분이시고, 씨도 같은데, 어찌하여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의 열매를 맺은 것인가? 이것은 땅의 준비 상태에 달려있다. 좋은 땅이라고 해도 땅의 준비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잘못은 농부나 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씨를 받아들이는 땅에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과연 어떤 마음의 밭을 가지고 말씀을 듣고 실천하고 있는가? 내 마음의 굳은 땅은 쟁기로 갈아엎고, 돌을 골라내고, 가시덤불을 걷어 내야 한다. 사랑의 뿌리가 내릴 수 없는 단단한 땅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떤 결실을 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며 말씀의 씨앗을 잘 가꾸어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삶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은총의 삶을 주님께 청하며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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