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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15 조회수 : 704

언젠가 어떤 분으로부터 ** 책을 읽어봤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었지만 읽지 않았던 책이어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그분의 표정에서 실망이 느껴집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서 이 책도 읽지 못했냐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약간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돈키호테 읽어보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당연히 읽었죠. 초등학교 때 이미 읽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 읽은 분을 보기 힘듭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돈키호테’는 전문이 아닌 극히 적은 내용만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 돈키호테는 전체 두 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 분량은 권당 700페이지가 넘습니다. 그래서 그 두께에 질려서(또 상당히 지루하기도 합니다) 곧바로 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분은 돈키호테를 읽었다고 하셨지만, 사실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지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있습니까? 유명한 책이라 해도 읽지 않을 수도 있고, 읽지 않은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 판단은 주로 비교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비교하면서 자기 판단이 옳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은 절대 옳지 않습니다. 비교 자체가 잘못되는 경우도 많아서, 그 판단은 더 힘을 잃습니다. 특히 주님을 향한 우리의 판단이 얼마나 많은가요? 주님의 이끄심이 잘못되었다면서 불평불만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당시에 단식하는 이유는 단순히 유다교 전통을 준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단식하는 사람은 열심한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하느님께 열심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예수님과 예수님 제자들은 형편없는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며 못마땅해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무조건 단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십니다. 먼저 단식의 의미를 알아야 하며, 그래서 단식을 언제 하고 언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분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 안에 담겨 있는 기쁨과 희망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의미를 우리는 먼저 읽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이 자기 판단에 맞지 않다면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서 벗어나서 주님과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게 됩니다.

 

자기의 고정관념이 헌 옷이며, 헌 가죽 부대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받아들이는 새 옷, 새 가죽 부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당신은 축복받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미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 순간에 말이다(브라이언트 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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